[인터뷰] 보건의료 30년 ‘잔뼈 굵은’ 나순자, 녹색정의당 ‘비례 1번’ 발 벗고 나선 이유

현장 내공 녹인 ‘공공의료 확충, 의료 불평등 해결’ 공약 “건강돌봄복지 국가를 열겠다”...의정갈등 해결책 ‘국민 참여 공론화위’ 구성 촉구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3.31 ⓒ민중의소리

‘3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출신의 나순자(59) 후보는 노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통한다. 14명의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중 명부 ‘1번’에 이름을 올린 나 후보는 동료들의 “간절한 요청” 속에 총선 출마 채비를 했다. 현직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 간호사이기도 한 나 후보의 주변에는 간호사, 의료기사, 요앙보호사, 영양사 등 수백 개의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며 ‘사람’을 돌보는 이들이다.

총선을 50여 일 앞둔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불안하게 전개되던 시점에 녹색정의당은 나 후보를 영입해 ‘진짜 의료 개혁의 적임자’로 내세웠다. 평생 “돈보다 생명”을 추구한 보건의료 전문가, 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저출생, 초고령화, 공공의료, 돌봄, 지역소멸 등 능통하게 다룰 수 있는 의제는 무궁무진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나 후보는 24시간을 숨차게 쪼개 쓰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지친 기색 없이 생기가 돌았다. 나 후보는 “정치에 관심 없던 젊은 조합원들도 현장의 문제를 국회에 가서 해결하겠다고 하면 크게 박수를 쳐준다. 간절한 눈빛을 보며 반드시 당선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신발 끈 동여매고 더 열심히 발로 뛸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3.31 ⓒ민중의소리

“의정 갈등 유일한 해법, 국민 참여 공론화위 구성”
“공공병원 확충 없는 의대 정원 확대는 사상누각”


의정 갈등 장기화로 중증 환자와 간호사들의 고통이 깊어지는 상황을 보며 나 후보는 “정부, 의사협회 모두 대화와 타협의 지혜를 보여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의사는 진료 거부를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올 것, 정부는 일방적인 ‘2천 명’ 증원으로 의사를 억누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나 후보는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리는가 보다 ‘어떻게’ 늘리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가장 빠른, 유일한 해법”으로 ‘국민 참여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의사와 정부뿐만 아니라 환자, 시민 등의 참여를 필수로 하는 협의체다. 나 후보는 “그동안 의정 간의 대화로만 사태를 끝내면 의사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의료 수가만 올리는 방향으로 결정돼 왔다”며 “의사 독점 의료정책을 환자와 시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5년 동안 전국의 숙의 공론화 사례는 66건에 달한다. 2020년 진주의료원 설립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의 갈등을 공론화위원회 구성으로 해결했다”며 “의대교수비대위,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 후보는 늘어난 의사 인력을 필수의료, 공공의료, 지역의료로 배치할 방안을 함께 다뤄야 한다며 ▲지역공공의대 설립 ▲70개 중진료권에 500병상 이상의 현대식 공공병원 확충 등을 의대 증원과 동시에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나 후보는 “지역에서 의사들이 길러지면 그 지역의 병원으로 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필수의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공공병원 확충 없는 의대 정원 확대는 사상누각”이라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돌봄 노동자 ‘국가책임 강화’ 추진 약속
“현장성 있는 전문가 자부심, 지속 가능한 정책 만들 것”


나 후보는 지난달 28일 녹색정의당 총선 출정식에서 “22대 국회를 ‘건강과 돌봄 국회’로 만들어 건강돌봄복지 국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료 불평등 해결, 공공의료 확충 등은 국회에 입성하면 나 후보가 30년 간호사, 보건의료노조 활동 경험을 살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꼽은 것들이다.

병원비·간병비 걱정 없는 사회, 전 국민 주치의제 도입, 기후위기·재난에 대응한 국가 응급의료체계, 지역격차 없는 건강복지도시 실현 등의 당위성을 강조한 ‘보건의료 3대 정책 10대 공약’도 눈에 뜨인다. 나아가 나 후보는 보건의료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군인·경찰·소방관처럼 국가 책임을 강화하도록 입법 활동을 추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나 후보는 “국민은 누구나 아프면 돈이 있든 없든, 어디에서나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고, 노인이 되면 존엄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건강은 국민 모두의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건강돌봄 통합 체계를 구축해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현장성 있는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나 후보는 “의회정치와 현장 노동운동이 제대로 결합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차별과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산별교섭 제도화에 나서겠다”며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 노조법 밖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문제 해결에도 우선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후퇴한 데 대해 나 후보는 “윤석열 정권도 문제고, 더불어민주당도 문제”라며 “때문에 더욱 노동, 돌봄, 성평등, 기후위기 등 가치에 기반한 정권 심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가치에 기반하지 않은 정권 심판의 결과는 거대 야당의 승리로만 귀결된다”며 “민생 문제에 있어 정말 진정성 있고, 일관성 있는 자세를 지닌 정치 세력,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나 후보는 지난달 11일, 공공의료의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함께 비례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나 후보는 “지난 30여 년 보건의료노조에서의 노동운동을 마무리하고, 진보정치를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며 “2세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진보정당을 통해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현장의 활동을 동력으로 국회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국회에 들어가면 원내 활동에만 매몰되지 않고, 현장에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앞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지역구 17명, 비례 14명 발로 뛰어…현장 반응 변화 느낀다”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된 나 후보는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매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녹색정의당 지지율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일부 조합원에게 ‘왜 민주당, 조국혁신당에 가지 않고 녹색정의당으로 가나’라는 질문도 받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나 후보는 “그 정당에는 노동이 없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비례대표 1번을 주는 정당은 녹색정의당밖에 없다. 의사에게는 국회의원 후보직을 줘도,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주는 당은 없더라”라며 “위기가 기회인 만큼, 기회를 살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역할을 함께 하는 나 후보는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현장 중심의 선거 유세에 열중이다. 그는 “시간을 쪼개 노동조합을 방문하거나, 노동자를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선거 기간 일과 대부분이 현장 유세 가는 일정”이라고 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뒤 첫 주말인 지난달 30일, 나 후보는 제주도 유세 중 만난 버스 정류장에서 연설에 귀 기울여 준 시민, 거리에서 반갑게 손 흔들어 준 시민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고 떠올렸다.

나 후보는 “처음에는 유세 현장에서 질타도 많이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거 같다. 반응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 14명, 지역구 후보 17명과 함께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며 “반성, 성찰을 바탕으로 녹색정의당은 다시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태어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올라오는 거 같고, 현장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느낀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열심히 현장으로 가고, 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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