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오세훈이 꿈꾸는 서울은 콘크리트 디스토피아인가

서울을 투기판 만들고 용산에 바벨탑을 쌓으려는 오세훈

오세훈 시장이 서울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로 만들려고 작정한 듯싶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정비 사각지대의 재개발·재건축을 돕겠다는 미명 아래 총선용 여당 지원책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각종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 시장은 용산에 현대판 바벨탑을 쌓으려고 혈안이다. 오세훈 시장이 재임 중에 서울을 얼마나 더 망가뜨릴지 정녕 염려된다.

용적률·정비사업 요건 등을 완화해 서울을 투기판으로 만들려는 오세훈 서울시

서울시가 27일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 사업성 개선(5종) ▲공공지원(5종) 2대 분야, 총 10종 대책으로 구성됐다. 사업성 개선에는 역세권 준주거지까지 종상향,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현황용적률 인정, 공공기여 부담 완화, 기반시설 입체·복합화가 담겼다. 공공지원 분야는 재개발 사업구역 확대, 산자락 저층 주거지 높이 규제 대폭 완화, 정비사업 통합심의 본격 추진, 정비사업 금융지원 확대, 공사비 갈등 제로 추진으로 이뤄진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원 방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4.03.27. ⓒ뉴시스

서울시가 내세운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업성이 없는 곳은 시가 억지로 사업성이 있게 해주고, 사업성이 있는 곳은 더 쉽게 빠르게 정비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우선 사업성 개선을 위해 대상지 여건에 맞춘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교통 등 기반시설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승강장 350m 내외)을 중심으로 고밀복합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준주거까지 용도지역을 상향한다.

또한 지역 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는 기존 세대수·지가(부지 가격)·과밀 정도 등이 반영된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한다. 현재 10∼20% 수준인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범위를 20∼40%까지 늘려 사업성을 보전해준다.

허용용적률은 지구단위계획이나 재개발 등을 통해 정해지는 인센티브 용적률을 말한다. 예컨대 ‘기준용적률 210%에 허용용적률 20%’인 3종 지역에 보정계수를 최대(2)로 넣으면 허용용적률이 40%가 된다. 보정계수를 적용하지 않고 상한용적률 20%를 더하면 용적률은 250%(기준 210%·허용 20%·상한 20%)가 되고, 보정계수를 적용하면 270%(기준 210%·허용 40%·상한 20%)까지 오른다. 이때 법정 상한인 300%까지 높이기 위해선 추가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조성해야 하는데, 보정계수 적용 여부에 따라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용적률 비율이 달라진다. 보정계수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분양 275%·임대 25%’에서 적용 때는 ‘분양 285%·임대 15%’로 바뀌게 돼 분양주택 용적률이 10%포인트 늘어나는 셈이다.

또 2004년 종 세분화(1·2·3종) 이전 주거지역 용적률 체계에 따라 지어져 이미 현행 조례나 허용용적률을 넘어선 지역은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현황용적률(현재 건축물대장상 기재된 용적률)을 인정한다. 법적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추가용적률도 부여한다.

서울시는 공공기여 부담도 낮춰줄 계획이다. 우선 1종→2종, 3종→준주거로 상향 시 15% 부담해야 했던 공공기여를 10%로 낮춘다. 공공주택 등 건축물 기부채납 때는 인센티브를 기존보다 더 많이 준다. 아울러 시가 공공기여로 건설된 공공주택을 매입할 때 적용하는 매입비용 기준이 최신 자재 값·금리 등을 반영해 해마다 고시될 수 있게끔 개정 주기를 단축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가 내놓은 당근은 한도 끝도 없다. 서울시는 접도 요건도 완화한다. 당초 4m 이상 도로에만 맞닿아 있어도 기반시설이 양호하다고 판단해 재개발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6m 미만 도로에 접한 경우에도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이 경우 서울 시내 재개발이 가능한 면적은 484만㎡에서 약 2.5배인 1190만㎡로 대폭 늘어난다.

고도·경관지구에 묶여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없었던 산자락의 높이 규제도 풀어 산자락 저층 주거지도 정비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경관지구는 현재 12m에서 20m로, 고도지구는 20m에서 45m 이상으로 완화한다.

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지원책은 투기 조장 책에 불과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내놓은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힌다. 공익의 수호자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서울시가 부동산 디벨로퍼 역할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은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한 곳은 더 많은 불로소득이 생길 수 있도록 서울시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울 것이고,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사업성 때문에 곤란한 곳은 없는 사업성을 서울시가 억지로 만들어줄 테니 사업을 추진하라’는 소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듯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추진은 투기심리를 자극하고,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만들며, 서울 일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노후 주거지에 살던 시민들을 시외로 구축하는 등 수다한 병폐만 낳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불쑥 들이밀었다. 참패 위기에 몰린 여당을 돕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용산에 현대판 바벨탑을 구축하려는 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야심

오세훈 시장의 콘크리트 사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세훈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도 재추진 중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10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2013년 자금 부족과 국제금융위기 등의 원인으로 사업이 엎어진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4일 용산정비창 일대에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와 50만㎡의 녹지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상지는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대 49.5만㎡다. 사업은 코레일과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공동 시행한다. 공공 기반시설을 먼저 조성한 뒤 민간이 개별 필지를 분양받아 개발하는 방식이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도로, 녹지 등이 조성될 기반시설 용지 면적은 19만8천266㎡, 민간에 분양해 건축물이 들어설 복합용지는 29만6천335㎡다. 상반기 구역이 지정되면 내년 하반기 기반 시설을 착공해 2028년까지 기반 시설 조성을 마무리하고 2030년대 초반 입주하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사업비 규모만 물경 5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오세훈 시장의 야심작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는 많은 의구심이 따라붙고 있다. 사업대상 토지 대부분이 공공의 것임에도 공공성 확보를 도외시했다는 점, 부동산 시장 상황과 금리 환경이 최악일 때 사업이 시작된다는 점,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공급이 현실성(고층일수록 공사비가 폭등하고 규제받는 법규도 까다롭다)이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점, 서울 시내에 오피스 공급이 이미 과잉인데 터무니없이 많은 오피스 공급 물량이 필요하며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지 의심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토건의 화신 이명박이 울고 갈 오세훈

대한민국 건국 이래 토건의 화신으로 공인된 사람은 이명박이다. 하지만 오세훈이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이제 토건의 화신이라는 호칭은 오세훈이 차지해야 마땅한 듯 보인다. 오세훈은 콘크리트로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전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서울시장 오세훈까지 전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종교로 믿고 있다. 주권자가 투표를 잘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윤석열과 오세훈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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