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힘 전주을 정운천 관계사에 아들이 등기임원...‘아빠 찬스’ 있었나

이해충돌 논란 끊이지 않던 정운천 KKMC영농조합 계열사에…2022년부터 아들 등기임원

제22대 총선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함거에 오르고 있다. ⓒ제공 : 뉴스1

4·10 총선 전주을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 자녀가 정 후보 영농조합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2일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정운천 후보 아들 A씨(35)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농산물 수입사 맛젤트레이딩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맛젤트레이딩은 키위, 오렌지 등을 수입하는 회사다. 맛젤트레이딩의 수입 과일을 매입해 국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회사가 정 후보가 최대 출자자로 있는 KKMC영농조합이다. 아들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가 농산물을 수입하고, 아버지의 영농조합이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2020년 기준, 맛젤트레이딩 매출은 250억원 규모로 이중 67.2%, 168억원 가량이 특수관계인 정 의원 KKMC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두 회사 관계를 감안하면, A씨 입사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A씨는 만 33세이던 지난 2022년, 수백억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에 단독 면접을 거쳐 등기 임원으로 입사했다.

A씨는 ‘회사 입사 경위는 어떻게 되는가’ ‘아버지인 정 후보가 입사를 권유했는가’ 등을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채용 과정에 대해선 “회사의 공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나 혼자만 면접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3자 입장에서 보면 부적절해 보일 수 있겠다”면서도 “회사에서 특혜를 받지 않았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직 사실이 보도 되는 것이냐”며 곤란해했다.

정 후보 아들 A씨가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민중의소리가 A씨를 만나기 위해 회사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A 이사는 대외업무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가락·구리·강서 시장 등에서 주로 근무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농산물 유통 영업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아버지인 정운천 후보는 농업정책을 결정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원을 지냈다. 전 농식품부 장관이자 국회의원 아들이 아버지 계열사 명함을 들고 농산물 영업을 다닌 셈이다.

브랜드 맛젤, 정운천 그리고 이해충돌

정운천 후보 아들이 재직 중인 회사 맛젤트레이딩의 ‘맛젤(맛이 제일 좋다는 뜻)’은 정 후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 후보는 1990년대 성공한 농업인이었다. 국산 키위 생산·유통 전문 KKMC영농조합(당시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창업했다. 세계적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 수입권을 확보했고, 제스프리와 협력해 참다래로 불리던 국산 키위를 개량했다. 정 후보는 ‘미스터 참다래, 키위 아저씨’로 불렸다. 성공한 농업인 대표 격으로 교과서에 소개됐다.

정 후보는 유명세를 몰아 글로벌 농업기업 육성을 꿈꿨다. 한국판 델몬트, 썬키스트처럼 글로벌 통합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정 후보 구상이 담긴 브랜드가 바로 맛젤이었다.

정 후보는 2002년 사업을 추진할 ‘신지식한국농업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대표로 취임했다. 영농조합은 한라봉, 밀감, 사과, 키위 등에 맛젤 브랜드를 붙여 판매를 시작했다. 신지식영농조합 이름도 ‘맛젤영농조합’으로 바꿨다.

특허청에 상표 검색시스템을 살펴보면 맛젤 상표권은 2004년 맛젤영농조합에서 처음 출원했고, 현재 정 후보가 최다 출자자로 있는 KKMC와 상표권을 공유하고 있다. 영농조합은 2000년 초반 벤처 열풍이 일자 온라인쇼핑몰 사업도 병행했다.

당시 쇼핑몰 사업을 했던 회사명이 주식회사 e맛젤이었고, e맛젤이 바로 정 후보 아들이 재직 중인 맛젤트레이딩의 전신이다. 과거 e맛젤이 농산물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했던 것처럼, 현재 맛젤트레이딩은 쿠팡·네이버·카카오·11번가 등에 입점해 농산물을 판매 중이다.

지난 2008년, 정운천 후보가 MB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문제가 불거졌다. 정 후보와 그의 부인은 주식회사 e맛젤 주식 45%(6만주, 3억원 규모)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농업 정책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농산물 생산 회사와 유통 업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건설사를 소유한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은 주식 처분을 요구했고, 정 후보 부부는 보유한 ‘e맛젤' 주식을 전량 백지신탁하고 장관에 취임했다. 

정운천 후보가 최다 출자자로 있는 KKMC영농조합과 정 후보 아들이 재직중인 맛젤트레이딩 서울 송파구 본사 입구. ⓒ민중의소리

정 후보는 e맛젤 주식을 백지신탁 했지만, 자신이 창업한 KKMC영농조합 출자금 만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공보팀은 “KKMC 측에 출자금을 반환하고 조합원 제명을 요구했다”고 해명했으나 반환과 제명은 없었다. 정 후보는 현재까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며 출자금을 보유 중이다. 정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재산신고 내역에도 KKMC 출자금 6억9천만원(6만9천주, 지분율 20%, 개인 최다출자자)이 올라와 있다.

영농조합이라고 하면 농민 몇몇이 운영하는 소규모 마을기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정 후보의 KKMC는 중견기업 수준이다. 전북 익산, 전남 해남, 경기도 등에 대규모 유통·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2022년 매출은 1,355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 3.2%(43억원)로 업계 평균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신용평가사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과실류 도매업’ 내 최상위 규모다. 농협유통 등 대형유통사를 제외하면 업계 3~4위를 다툰다.

정 후보의 KKMC 출자금 보유는 일종의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식백지신탁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를 소유하고서도 ‘상법상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백지신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정 후보 주장이다. 정 후보가 보유한 KKMC는 민법상 영농조합이다.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특별 법인으로 일반 상법상 법인과 다르다.

적용 법이 다를 뿐 일반 회사와 큰 차이가 없다. 영농조합은 영리형과 비영리형으로 구분되는데 KKMC는 영리형 영농조합이다. 수익을 내면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출자자들에게 배당한다. 정 후보 역시 매년 KKMC로부터 배당금을 받고 있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정운천 후보의 영농조합은 장관 시절부터 이해충돌, 꼼수 보유 논란이 있었던 곳”이라며 “자녀까지 관계사에 입사하면서 이해충돌 우려는 더 커졌다. 백지신탁제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운천 후보에게 ‘자녀 취업에 관여한 바 있는지’, ‘KKMC, 맛젤트레이딩 경영에 개입한 바 있는지’ 등을 여러차례 물었지만 일체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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