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왜 대파 논란이 길어지는가

대파 논쟁에 담긴 인권 읽기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제83차 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대파를 들고 투표를 촉구하고 있다. 2024.03.30 ⓒ민중의소리

지난 3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웃지 못할 이야기와 풍자가 넘쳐난다. 여당 이수정 후보가 “한 뿌리에 875원”이라며 상황 파악도 못 한 채 방어하려다 잠시 논점이 이상하게 흐르다가 최근 사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핵심은 대파가 한 단에 875원이냐, 한 뿌리에 875원이냐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대파가격에 시민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고물가로 팍팍해진 삶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정부


대파 논란이 커지고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생존권, 인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대파 논란은 정부가 고물가로 삶이 팍팍해진 서민의 삶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 방문은 회의 전 물가 상황을 파악하려고 간 것이다. 그러니 식료품 가격은 중요하다. 그런데 과연 채소가격이 현실의 고물가 상태를 잘 반영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대파를 875원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물가 안정 정책이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할인 전 4,250원에서, 납품단가 지원 2,000원, 자체할인 1,000원, 농축산물 할인지원 375원이 적용돼 가격이 내려갔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 만약 이를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현 정부가 물가 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미화하려 한 것이라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 더구나 당시 농협유통 염기동 대표는 대통령이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냐?” 질문에 “ 재래시장도 적용하고 있다”며 마치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처럼 말해 더 공분을 샀다. 우리 동네도 대파 값은 할인해도 3천 원이 넘는다. 시민들이 이에 동조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파만이 아니라 모든 식재료 값이며, 교통비 등이 올랐다.

물가는 생존과 연관된다. 생존에 필요한 식비, 주거비, 교통비 등의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생활하기 힘들어진다.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통장잔고를 계산해야 하는 피곤한 날들이 이어진다. 특히 음식값은 먹고 살아야 하니 아무리 줄여도 하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물가 관리는 사회구성원들의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물가 관리는 필수재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 기업의 탐욕적 이윤남기기식 상품가격 통제, 유통망의 합리화 등이 포함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며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03.18. ⓒ뉴시스

특히 누구나 살면서 필수적인 것들, 즉 먹고(음식, 식량권), 자고(전월세, 주거권), 이동(교통비)하는데 필요한 것들은 경제적(비용)으로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사람은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없기에 식량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식재료 값이며, 외식비용은 중요한 물가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상승률은 3.8%로 33개월째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높다. 가공식품은 24개월째 높다.

식량값이 올라 다른 권리(교육권, 주거권, 문화권)를 제대로 향유하기 어렵게 할 정도라면 심각한 상태다. 그러하기에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위원회(약친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12호(식량에 대한 권리, 1999년)에서도 “경제적 접근성은 적절한 식사를 위한 음식물의 획득과 관련된 개인 또는 가정의 재정적 비용이 다른 기본적 필요의 획득 및 충족을 위협하거나 제한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현실의 고물가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보다 고물가 현실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사람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 등의 비판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고물가로 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실질임금 하락과 관련한 정부 책임


둘째, 고물가 임에도 실질임금이 하락한 문제다. 물가가 올랐어도 구매력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사람들의 아우성이 이 정도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물가가 상승했으나 구매력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도 올랐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실질임금 하락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배가 된 것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대파를 들고 “식대 2700원으로 못 살겠다. 밥 좀 먹자”고 호소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용노동부가 1월 30일 발표한 '2023년 1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봐도, 작년 1~11월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354만9000원) 대비 0.9% 줄어든 351만9000원이다. 임금 인상률(2.8%)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은 오히려 3만 원 줄어든 것이다. 2년 연속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다.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최저임금과 노조와 기업의 교섭력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최저임금결정제도의 문제로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턱없이 낮게 최저임금을 정한다. 작년 결정된 2024년 최저임금은 고작 240원 오른 9,860원이다. 최저임금 2.5% 인상은 물가상승률 예측치(3.4%)보다 낮았다. 1만원도 안 된다. 월 206만740원으로 한 시간 일해서 한 끼를 먹기도 쉽지 않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현실에서 임금노동자 거의 절반이 실질임금이 하락한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파를 들고 “식대 2700원으로 못 살겠다. 밥 좀 먹자”고 호소하고 있는 연세대 청소노동자. ⓒ페이스북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문재인 정권의 책임도 크다.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악’으로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으로 처리되어 그나마 최저임금보다 높게 받았던 노동자들도 임금이 줄어들었다. 거기에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으로 노조가 단체교섭으로 임금을 유지할 수 있는 힘도 약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 혐오와 노조탄압으로 노조의 조직력, 교섭력이 약해져 기업은 정부를 믿고 버티기만 하는 지경이니 임금인상이 쉽지 않다. 계속 실질임금은 하락할 수 있는 조건을 정부가 만들고 있는 셈이다.

언론 통제인 ‘MBC 대파보도’ 선방위 심의


셋째, 대파 논란은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와 관련된다. 현재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대파 875원, 합리적”… 대통령 방문에 파격 할인?] 보도는 국회의원선거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심의될 전망이다.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심의특별규정 중 객관성·사실보도를 위반했다고 방송통신심의위(방심위)에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파 논란을 보도한 3월 20일 MBC ‘뉴스데스크’ 기사를 심의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 탄압이다.

언론의 본분은 정치권력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문제 제기다. 대통령 방문에 맞춰 파격 할인했다는 보도는 합리적 문제 제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 시기에 맞춰서 농협 마트가 공교롭게도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했으니, 이를 면밀히 따져보고 알려주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현재 대파 한 단의 도매 시세는 3,300원, 대형마트 권장 판매가는 4,250원과 비교해도 현격히 차이가 나니 어떻게 그 가격이 가능했는지 살피는 보도는 필요하다. 실제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일주일 전인 지난 11~13일 할인 행사에선 대파를 한 단에 2,760원에 팔았다. 대통령 방문 직전 1000원으로 가격을 더 낮췄으니 문제제기할 만하다.

그리고 비슷한 취지로 보도한 곳은 MBC말고도 더 있다. 중앙일보도 3월 19일 ["대파 한 단 875원 합리적인데요" 尹대통령 방문 날 할인 행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368#home)라는 기사를 통해 “해당 매장은 윤 대통령 방문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대파를 현재 가격의 3배 넘는 가격에 팔았는데,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날 가격을 낮췄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민원을 핑계로 MBC만 심의하겠다고 하는 것은 언론길들이기가 목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MBC는 “바이든-날리면‘보도로 정권의 탄압을 많이 받았다. 이른바 ‘한 놈만 팬다’는 식의 통제는 다른 언론사에 본보기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를 보고 타 언론사는 스스로 톤을 낮추고 보도를 자제하는 자기검열식 보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대파논란에 연관된 인권의 문제는 유통구조로 인한 농민의 생존권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인권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으니 오래 가고 여러 풍자도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정치와 정책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언론탄압으로 입을 막으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입을 막아 선거에서 이긴다고 한들, 서민들의 분노가, 언론인들의 펜대가 꺾이겠는가.

이제라도 대통령실과 방심위는 자숙하고, 대통령은 정책 기조를 친기업 친부자정책 말고, 친서민 정책으로 선회해야 할 것이다. 물가를 잡고 실질임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분노와 풍자가 잦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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