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무기 지원을 호소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방미 중 주요 방산업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편집자주
냉전 종식 이후 미국 방산업체들이 통합돼 과점 체제로 고착화돼 1950년대 50여 개에 달하던 업체가 6개로 줄었다. 미국 국방부는 무기 조달 및 연구개발 예산으로 315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국방부와 직접 거래하는 소수의 군수업체에 돌아간다. 그리하여 록히드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롭그루먼 등 주요 방산업체는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는다. 국방부가 누구에게 얼마를 지출하는지 재고해야 한다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미국이 3월 11일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거기에는 국방부와 에너지부의 핵무기 연구에 8,950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1,2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책정돼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작년 예산안보다 약간 적지만, 여전히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전쟁 또는 냉전이 한창일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이 수치에는 참전용사, 국토안보부, 또는 올해 말에 투입될 것이 거의 확실한 수백억 달러의 ‘긴급’ 군사비 지출이 포함되지도 않는다.
한 가지 너무나 분명한 것은 국방비 예산에 치중하는 만큼 기후 변화, 경제적 양극화, 팬데믹 등 전통적인 군사 문제만큼, 아니 그보다 더 우리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그만큼 뒷전으로 밀린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더 이상 대규모 지상전을 치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20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군사비를 면밀히 조사하고, 예리한 질문을 던지며, 국방부의 과도한 지출을 견제하려는 의원은 거의 없다. 상원과 하원의 몇몇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의원은 자기 주와 지역구가 더 많은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이미 부풀려진 국방비 예산을 늘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국방부에 대한 감독 의무만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제시간에 예산을 통과시키지도 못한다. 10월 1일을 훌쩍 넘어 지난주 예산이 통과될 때까지 거의 6개월 동안 국방부는 역대 최고치였던 전년도 예산 수준으로 돈을 지출했다. 이제 국방부에 1년이 아니라 약 6개월 안에 지출해야 할 새로운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국방부가 최대한 빨리 돈을 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낭비, 사기, 재정 남용이 불가피하다.
의회의 오작동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우리가 이 모든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과잉 지출의 가장 큰 원인은 비현실적이고 방종적이며 군사주의적인 미국의 국방 전략이다.
미국의 국방 전략은 라이벌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부터 세계 곳곳의 주요 지역에 개입하는 것, 9·11 이후 시작된 재앙적인 세게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는 것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에 가서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전 세계를 ‘커버’하려는 전략이 지속되는 한, 그 근거가 아무리 망상적이더라도 미국은 국방부 지출을 계속 늘릴 것이다.
자유세계의 수호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3월 7일 현재를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참전을 준비하던 때와 비교하며 연두교서를 시작했다. 바이든은 1941년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에게 현재 미국이 ‘국내외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전례 없는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를 히틀러 정권에 비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없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과 ‘자유세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긴급 추경안을 승인하지 않은 의회를 비난했다.
이런 주장은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점점 더 군사화되는 외교 정책에 대한 반감을 줄이기 위해 현실을 무시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현상 유지를 위한 것이다. 사실 러시아는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다. 또, 설사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러시아는 군사 작전으로 ‘자유세계’를 위협할 능력이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직시하려면 미국의 ‘클수록 좋다’는 국방 전략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이 전략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미국 국민의 경제력과 번영보다 우선한다는 지극히 잘못된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경쟁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가능성이 낮은) 잠재적인 경쟁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무기의 생산, 유통 및 비축을 늘리는 데 골몰한다.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학살은 군사주의적 억지력에 대한 미국의 집착을 강화했을 뿐이다.
미 방위 공급업체의 ‘그들만의 리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국방 전략은 이익을 위해 지속해서 정부를 착취하고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군과 계약을 맺는 주요 기업은 국방부 전체 지출의 약 절반을 가져간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매년 수천억 달러의 세금을 받으면서도 달성한 성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 감사원(GAO)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새로운 무기체계의 총비용과 평균 납품 기간이 증가했지만 주요 국방획득프로그램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미 해군의 최상위 획득프로그램을 보자. 3월 초 콜롬비아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건조가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잠수함은 미국이 글로벌 억지력을 위한 ‘최후의 보호막’으로 간주하는 차세대 공중, 해상, 육상 3축 체계의 해상 부분이다.
미국의 끝없는 무기 증강의 핵심인 콜롬비아함은 미 해군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는데, 국방부가 왜 GAO의 6가지 권고 사항 중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GAO 보고서가 분명히 지적하듯, 콜롬비아함이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잠수함’임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매우 비현실적인 기록적인 시간 내에 첫 콜롬비아함을 인도할 것을 제안했고, 이 마감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 경제’는 지속되고 있다. 거대한 방산업체가 더 많은 돈을 받고도 더 적은 무기를 일정보다 늦게 납품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국방부가 설계와 테스트가 완성되기도 전에 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동시 개발’이라고 하는데, 국방부는 혈세로 충분히 시험되지 않은 시스템을 사들이고, 업체는 결함이 수정되기도 전에 생산에 돌입한다. 그러다 보니 운영비용과 유지비용이 증가해 모든 무기 시스템 지출의 약 70%를 차지하게 됐다.
록히드마틴의 F-35는 이런 엄청난 낭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지속적인 엔진 문제와 소프트웨어 하자 문제를 보인 F-35의 대량생산을 승인했다. 그러나 23년 만에 이뤄진 국방부의 승인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마치 F-35가 승인받은 것처럼 미 의회가 오랫동안 자금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최소 2,200조 원이 들 전망인 역대 최고가의 무기 프로그램인 F-35의 사례는 구매 전 검증의 필요성에 대한 교훈을 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이 이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획득 프로그램의 실패는 군 계약 체결업체의 경영진이나 주주에게 경제적 손실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산업체 임원은 국방부의 막대한 예산과 부풀려진 가격의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최대의 군사계약 체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CEO인 존 타이클릿은 연봉이 거의 300억 원이었고, RTX, 노스롭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보잉의 CEO도 지난 2년간 189억~299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익을 챙긴 건 방산업체의 주주도 마찬가지다. 방산업계는 2010년대에 들어 이전 10년보다 주주 배당금을 73%나 늘렸다. 이들은 사업이나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자기 주머니부터 채운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공급할 무기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더 요구하고 있다.
군산복합체를 어떻게 길들일 것인가
끝없이 증가하는 국방부 지출을 억제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의회와 대통령이 국방부 예산을 임의로 늘릴 수 있는 권한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긴급 지출’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긴급 지출 덕분에 1,200조 원의 국방부 예산은 분명히 내년도 군사 지출의 상한선에 불과할 것이다. 일례로 지난 2월 상원을 통과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에 대한 약 126조 원 규모의 원조 패키지는 아직 하원에 계류 중이지만, 이 중 일부는 결국 통과돼 이미 막대한 국방부의 예산에 상당 부분 추가될 것이다.
한편 국방부는 금세기 초 재앙적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후 전쟁이 한창일 때의 예산 책정 관행으로 되돌아가 국방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항목을 위해 전쟁 예산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했다. 거기에는 ‘국방산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긴급 지출도 있다. 이는 의회가 없앨 수 있는 값비싼 허점이다. 국방부 관리부터 방산업체 경영진, 타협적인 국회의원까지 이런 지출을 통해 이익을 얻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격렬한 정치적 싸움을 벌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궁극적으로 국방부 지출에 대한 논쟁은 막대한 지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는 이미 31,0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죽이고 더 많은 사람을 기아 위험에 처하게 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학살에 대한 바이든 정권의 고집스러운 지원이 포함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대학살 개시 이후 이스라엘에 100건의 무기 판매를 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의회 보고를 우회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금액으로 책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든 정권은 국제사법재판소가 대학살 방지 조치를 명령한 정부에 군사 장비를 끊임없이 공급함으로써 외교 정책 기록에 도덕적으로 큰 오점을 남기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신뢰와 영향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구호 물품을 아무리 많이 투하하고 임시 항구를 통해 공급해도 미국 무기로 인해 가자지구가 입은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
가자지구 대학살의 잔인성과 속도는 놀랍다. 이는 미국의 외교 및 군사 정책의 목적과 자금 지원을 철저하게 재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오랜 정치적, 사회적 절망에 뿌리를 둔 분쟁에서 무력의 사용이 상황을 얼마나 더 악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가자지구 대학살보다 더 파괴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의 금고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을 할 수 있다. 두 전쟁은 막대한 국민의 혈세와 피를 투여하고도 양국의 민주주의 증진에 실패했다. 미국의 침공으로 두 나라의 정부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됐고 최소한의 안정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무기 산업을 확장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을 더욱 군사화하기 전에 금세기에 이미 치른 값비싼 장기 전쟁에서 거둔 비참한 성적을 되돌아봐야 한다. 미국은 결국 막대한 피해를 주고 세계를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었으며 방산업계의 중요성만 키웠다. 국방부에 1,200조 원을 더 투입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