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정치공작연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라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했는데 그 대상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아들을 겨냥한 것이고 “더러운 정치공작”이라는 요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민중의소리와 본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동훈 위원장의 자녀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침해이자 명백한 아동학대행위”라며 “정치공작을 위해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까지 마구잡이로 침범하다니 민심이 무섭지 않냐”고 연결시켰다. 민중의소리와 본 기자는 정상적인 취재 중이고 아직 보도도 하지 않은 사안에 왜 야당 의원의 폭로와 연관 지어 서둘러 비난하는지 의문이다. 이에 불가피하게 간단히 취재 경위와 내용을 밝히고 국민의힘과 한동훈 위원장에게 질문을 드린다.
1. 그날 학교폭력이 있었다
민중의소리는 몇 주 전 한동훈 위원장의 아들이 학교폭력에 연루됐고, 이로 인해 사건이 부적절하게 처리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취재 결과, 한 위원장 아들이 재학 중인 D중학교에서 지난해 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확인됐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해 5월 D중학교 남학생 여러 명이 여학생을 폭행하고 욕설을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피해 학생의 부모였다. 사건은 지구대를 거쳐 경찰서로 인계됐고, 학교도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가해자 부모들에게도 사실이 전달됐다. 그런데 절차 도중 피해 학생과 부모가 진술을 뒤집으며 신고를 취소했다. 오히려 화살을 경찰에 돌리기도 했다. 학교 측도 ‘오해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폭력 사건 자체를 부인했다.
이 사건에 대해 취재 및 제보와 여러 경로로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본 기자와 민중의소리 보도국은 한 위원장 아들이 학폭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
2. 한동훈 아들이라고 학폭 사건을 기사로 쓸 수는 없다
학폭 사건을 확인한 지 꽤 시일이 흘렀으나 아직 보도하지 않았다. 민중의소리가 애초 제보에 주목한 것은 학폭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처리 절차다. 한 위원장 아들의 연루 여부는 보도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고위공직자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라 해도 그의 자녀는 일반인일 뿐이다. 적정하게 처리됐다면 보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앞서 일부 밝힌 대로 취재를 통해 상당한 의문과 의혹이 포착됐지만, 이것이 외압이나 누군가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모자라 아직 보도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교착 상태가 된 지 꽤 여러 날이 됐고, 처음에는 여러 명이 하던 취재를 본 기자 혼자, 이제는 다른 취재를 하면서 각종 정보 조각을 이런저런 각도로 검토하며 확인하는 중이었다. 물론 이는 취재에서 종종 겪는 일반적 과정이기도 하다.
3. 국민의힘은 왜 민중의소리와 본 기자의 실명을 거론했나
업무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쉬다 선배에게 국민의힘 논평을 전해 받고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느닷없이 전국에 내 이름이 공개되고 실명이 고스란히 들어간 기사가 포털에서 검색되는 가상현실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 아들의 학교폭력 연루 의혹을 처음 공개한 주체는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날 낸 ‘강남 D중학교 학교폭력 은폐‧축소 처리 의혹’ 보도자료의 내용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 관련이라는 속칭 ‘지라시’까지 뿌려졌다”고 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한 위원장이 언급되지 않는다.
회사와 협의하여 법적 절차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중요한 의문이 있다. 두 의원이 한 위원장 관련 폭로 내지 비판하는 것과 본 기자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래서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에게 정중히, 그리고 강력히 질문드린다. 두 의원의 일에 왜 갑자기 민중의소리와 본 기자를 연관시켰는지 알려달라. 이상하지 않은가. 두 의원은 같은 당 소속이었으니 그렇다 치자. 전혀 다른 영역인 언론을 연결시켜서 정치공작 운운했을 때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논평 중 본 기자와 관련된 부분은 어떻게 전달된 것인지 사실관계도 틀리다.
취재 과정에서 매체와 기자 신상을 밝히고 명함도 줬기 때문에 이미 학교 당국을 비롯한 취재원들은 취재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기사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도 알 것이다. 야당 의원 움직임에 본 기자 및 민중의소리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금방 생겨났는지 의문이다. 학교 당국과 국민의힘 및 한 위원장 사이에 무언가 수시로 내밀한 소통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꼭 답변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