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 세상 멍청한 국민의힘 대응

지난주 후반 세간의 큰 관심을 모은 사건이 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아들의 학폭 의혹이 그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건에 대응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면서 ‘얘들은 진짜 머리통을 박치기 할 때만 쓰나?’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대응 방식이 실로 멍청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알고픈 독자분들은 아래 민중의소리 조한무 기자의 기사를 참고해주셨으면 한다. 이것도 웃긴 이야기인데, 이 사건으로 국민의힘이 본지 조한무 기자를 고발했다. 기사를 고발하는 게 아니라 중학교에서 취재를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진짜 놀고들 자빠지셨다.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 민중의소리가 아직 보도하지 않은 이유

조한무 기자의 취재와 기사를 요약하면 쟁점은 이렇다.

① 2023년 5월 24일 한동훈의 아들이 다니던 D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② 신고자는 피해학생의 부모였고, 가해자 5명 중 1명이 바로 한동훈의 아들로 판단됐다.
③ 이튿날 신고자, 즉 피해학생측이 돌연 신고를 취소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다.
④ D중학교 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③과 ④이다. 한동훈 위원장, 혹은 그에 준하는 권력이 학폭 사건을, 무마하려 했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취재는 여기서 막혔다. 누가 봐도 이 과정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데 결정적 증거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의소리는 추가 취재를 위해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이 “왜 있지도 않은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을 꺼내느냐?”며 난장을 부린 것이다. 그러면서 조한무 기자를 고발했다. 이게 진짜 뜨악한 대목이다. 도대체 왜? 조한무 기자는 당시 기사를 쓰지도 않았는데?

더 웃긴 사실이 있다. ③과 ④가 확인되기 전, 조한무 기자의 입장은 이 사건이 ‘D중학교 학폭 사건’이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한동훈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증거(심증은 있지만)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훈이라는 이름이 들어갈 대목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먼저 “왜 있지도 않은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을 꺼내느냐?”며 난장을 부린 덕택에 이 사건은 무조건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이 됐다. 내가 ‘이들의 머리통은 박치기할 때나 쓰는 건가?’ 싶었던 이유다.

국민의힘보다는 똑똑했던 롯데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이건 내 경험담이다. 2017년 11월, 나는 ‘대한민국 콩가루 집안의 지존, 롯데 가문 갈등의 역사’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신동빈 회장이 그 혐의를 “전부 아버지(신격호 회장)가 시켜서 한 일”이라며 떠넘기는 것을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쓴 기사였다.

재벌 재판 과정을 많이 봤지만 나는 이런 후레자식 재판 전술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기사에 후레자식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자 롯데지주 홍보실에서 메일을 보냈다. 이게 그 메일 내용이다. 개인 정보만 빼고 한 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공개한다.

이완배 기자님, 롯데지주 홍보팀 ○○○입니다.

이 기자님께서 지난 11월 2일 15시경 송고한 기사 '대한민국 콩가루 집안의 지존, 롯데 가문 갈등의 역사(하단 링크)'는 명예훼손성 표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들을 즉시 삭제해 주시길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의 심각성을 볼 때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므로
11월 5일 자정 전까지 수정 반영을 부탁드립니다.

명예가 훼손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는 관계로,
이 기자님의 수정이 없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수사기관 고발 등 조치가 불가피 함을 알려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 마디로 알아서 기사를 고치지 않으면 제소 및 고발을 하겠다는 거다. 여기에 대한 내 답변도 역시 한 자도 고치지 않고 보여드리겠다.

아 진짜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ㅎㅎ 이보세요. 정중히 요청이요?
뭐가 잘못됐다, 이게 아니고 나보고 알아서 기사를 고쳐라, 이 주장을 글에만 '정중히'라는 부사를 붙이면 그게 정중한 요청입니까?

그런 건 정중한 요청이 아니고 협박이라고 하는 겁니다.
5일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당장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수사기관 고발하세요.
진심으로 기다리던 바입니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고 꼭 제소 및 고발하셔서 나하고 제대로 한번 붙어봅시다.

롯데가 그동안 해온 짓이 개판이었던 건지, 내 표현이 과했던 건지 온 국민들 앞에서 뜨겁고 시끄럽게 토론하는 그날을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괜히 주말 내내 "혹시 기사가 수정되지 않을까" 헛된 기대하며 시간 낭비 마시고 즉시 제소 및 고발 및 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 과정을 공개하는 이유는 하나다. 나는 롯데가문의 치부를 건드렸다. 롯데가 당연히 발끈할 수 있다. 그러니 고발 운운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목 위에 달린 것이 두뇌인지, 아니면 대갈통인지가 구분이 된다. 자, 저걸 롯데가 밀어붙여서 진짜 소송으로 번졌다고 생각해보라. 내가 얼마나 땡큐 할 것인가? 나는 기자로서 롯데가문의 치부를 기사로 작성한 것이 왜 정당한지 재판 내내 이야기할 것이다. 롯데는 그걸 재판 내내 방어해야 하고 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경남 거제시 고현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거제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서일준(경남 거제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6 ⓒ뉴스1

나는 저게 명예훼손 소송으로 가도 내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설혹 내가 진다 한들 무섭지 않았다. 롯데가문의 치부를 온 국민 앞에 재판정에서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은 거다. 그 기회를 나에게 주겠다는데 내가 왜 고맙지 않겠냔 말이다.

안타깝게도(!) 롯데그룹은 저 메일을 주고받은 뒤에 연락을 끊었다. 소송도 걸지 않았다(아, 진짜 나는 아쉬웠단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롯데그룹 홍보팀 결정권자의 목 위에 달린 것은 최소한 대갈통이 아니라 머리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건 이슈를 크게 만들수록 롯데에게 더 손해다.

리액턴스 효과

심리학에서 출발해 마케팅에서 종종 활용되는 리액턴스 효과(reactance effect)라는 게 있다. 리액턴스(reactance)는 전기저항을 뜻한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한 마디로 금지된 것일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더욱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청개구리 심보라고나 할까?

미국 심리학자 샤론 브램(Saharon Brehm)이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효과를 입증했다. 브램은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위치에 장난감을 하나 놓고, 까치발을 해도 겨우 닿을까 말까한 위치에 다른 장난감을 하나 놓았다. 아이들보고 아무 장난감이나 가지라고 시켰다.

당연히 아이들이 쉽게 잡을 수 있는 곳의 장난감을 가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뭔지도 모르는 높은 곳에 있는 그 장난감을 가지려고 낑낑댔다는 것이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 못 갖게 하면 더 갖고 싶은 심리, 바로 이것이 리액턴스 효과다.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한 황운하, 강민정 두 의원과 조한무 민중의소리 기자를 고발한 이유가 뭘까? 그들 스스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한동훈 위원장 가족의 추문을 어떻게든 가려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아무도 보지 마! 이걸 건드리면 다 고발한다!” 뭐 이런 거 아니었겠나?

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럴수록 “그게 뭔데? 뭐 있어?” 이런 궁금증을 갖기 마련이다. 나도 얼마나 관심이 가던지 조한무 기자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며 확인된 팩트와 진행 과정을 들었다. 진짜 세상 멍청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한단 말인가?

고발을 했다니 잘 됐다. 이번 총선과 관련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발이 되면 이 사건은 총선 이후에도 계속 수사 과정을 거칠 것이고, 만약 재판까지 간다면 더 길어질 것이다. 그러는 동안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에 대한 진실 공방은 더 거세질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던 ③과 ④의 과정에 대한 궁금증도 풀릴 것이다.

아 그리고, 이왕 고발하는 김에 이 칼럼을 쓴 나도 제발 좀 고발해주라. 협동의 경제학 칼럼을 쓴 지 벌써 5년인데 나는 아직 한 건의 고발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받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나도 고발해주면 ‘한!동!훈! 아들 학폭 의혹’에 대해 내가 왜 이런 칼럼을 쓰게 됐는지 신나게 소명하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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