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다섯 달 연속 ‘내수 둔화’ 진단을 받았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부진 현상이 이어진 탓으로 평가받는다.
전후방 산업과 생산 연관효과가 큰 승용차 소비의 경우 2월 기준으로 17.8%나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비도 10.1% 줄어들어 두 자릿수 감소폭을 피하지 못했다. 소비가 쪼그라드니 생산도 덩달아 감소했다. 2월 자동차 생산은 11.9%, 전기장비는 17.9% 하락했다. 가계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숙박·음식점업 생산도 4.5%, 도소매업은 3.7% 줄어들었다. 특히 일자리에 영향을 많이 주는 건설 수주는 2월 기준으로 무려 24.1%나 급감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유가가 배럴 당 9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물가 안정은 요원해졌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억제했던 전기, 가스요금, 서울 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도 총선 이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헛다리짚기 수준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에 재정의 절반 이상을 푸는 방식으로 내수를 부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한정된 예산을 상반기에 쏟아 붓느냐, 하반기까지 골고루 나눠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하반기에 써야할 돈을 상반기에 끌어당겨 쓴들 조삼모사 효과밖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가 가치관을 아예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이야기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자 임금을 올리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친재벌적 성향을 보이는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일과 함께 이례적으로 내수 비중이 낮은 나라다. 정부의 재정 확대와 복지정책 강화라는 해법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권이 아닌,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 이번 총선이 유독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