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강남 D중학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급 기관에 관련 보고를 하지 않고 보고서를 남기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11일 강민정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지난 3일 D중학교에 대해 ‘학폭 사안처리 적정성’ 조사를 실시했다.
문제가 된 학폭 사건은 지난해 5월 24일 발생했다. 사건 당일 피해 관련 학생의 보호자는 경찰에 '중학생 딸이 남학생 5명으로부터 폭행 및 욕설을 당하였다'고 신고했다. 이 보호자는 당일 가해 관련 학생의 보호자와 면담 후 경찰 신고를 취소했다.
경찰이 교내로 출동한 중대 사건임에도, D중학교는 교육지원청에 사안을 보고하지 않고, 자체 조사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학교의 학폭 사안처리는 신고 접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교육지원청에 보고하고, 조사를 실시하는 순으로 이뤄진다. 이후 학교 내 학폭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자체 해결하거나, 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사안을 이관한다. 모든 절차는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규정돼 있다. D중학교는 학폭 사안처리의 첫 단추인 접수·보고 단계부터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약 11개월이 지나 이뤄진 D중학교에 대한 조사에는 교육지원청 장학사 2명과 변호사 1명, 교장, 교감, 생활교육 담당부장이 참석했다.
교육지원청은 조사 결과, D중학교가 학폭 사안 접수와 보고를 누락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D중학교는 접수·보고 누락 이유에 대해, 피해 관련 학생 측으로부터 학폭 신고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피해 학생 보호자가 경찰 측에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학교는 경찰 측으로부터 신고 내용과 관련 서류를 전달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지원청은 경찰을 통해 신고된 사안도 학교가 접수·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가이드북에 규정된 사실을 짚었다. 가이드북은 학교폭력예방법상 ‘학폭을 인지한 자는 학교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신고의무 조항을 제시하면서, “학교장은 피해 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신고하지 않더라도, 학폭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을 통해 학폭 사안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의 학폭 사안처리 절차 진행 여부는 인지 경로와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D중학교는 피해 관련 학생 측이 신고 취사 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접수·보고 누락 이유로 들었으나, 이 역시 가이드북상 매뉴얼에 어긋난다. 학교는 오인신고인 경우에도 ‘학폭 아닌 사안의 종결 보고서’를 교육지원청으로 보고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D중학교의 접수·보고 누락이 ‘사안처리 방법 미숙지’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안처리 과정에서 외압이나 회유 등 부당한 영향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한 결론이다. 절차 누락 배경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교육지원청은 D중학교의 사안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했지만, 학교가 사안을 다시 조사하고 ‘신고 접수 대장’과 ‘사안조사 보고서’, ‘학폭 아닌 사안의 종결 보고서’ 등 문서를 기록에 남기도록 하는 등 사후 정상화를 지시하지 않았다. D중학교에 대한 교육지원청 조치는 매뉴얼 숙지를 강조하는 것에 그쳤다. 향후 계획으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수 실시를 제시했다. 누락된 절차를 지금이라도 진행하도록 교육지원청이 지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김한민 대변인은 “교육지원청이 조사를 진행해 문제를 확인한 만큼, 학폭 사안처리 절차상 잘못된 지점을 정정해야 한다”면서 “사건을 접수 대장에 기록하고 사안조사 보고서 등을 작성하도록 교육지원청이 지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