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수 년 동안 이란의 핵 관련 인사와 고위 군 지휘관을 암살해 온 이스라엘이 지난 1일 헤즈볼라 무장화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로 알려진 이란의 특수부대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을 포함한 13명을 살해했다. 그런데 이번 암살은 달랐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습했는데, 외교 공관은 본국의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이란도 14일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고, 미국과 이란이 그만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19일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렇게 공격은 주고받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How Iran attacks exposed Israel's weakness
2주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군의 최고위급 인사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을 비롯한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관을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네타냐후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원래 이스라엘의 전술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대한 무기 공급을 방해하거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를 북쪽 국경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 영사관 공격은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은 시리아에 있는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려는 시도였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가자지구 전쟁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 정도의 파괴와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항복하거나 도망칠 기미가 없는 팔레스타인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하마스 전사의 결의는 오히려 더욱 굳어졌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았으니 더 이상 두려워할 것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자 주민은 하마스에 등을 돌리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라파까지 점령해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마스는 주장한다. 하마스는 대대 단위로 하마스의 전력을 계산하는 이스라엘을 조롱한다. 이스라엘의 이번 만행 때문에 하마스는 신병과 무기 확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란이 보낸 여러 메시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주춤하면서 네타냐후 지도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인질을 구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그의 가장 중요한 지지자였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이 공공연하게 드러났고, 세계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네타냐후의 집권 아래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서 홀대받는 나라가 됐다.
이스라엘은 국가 존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자국을 피해자로 포장하고 동정심을 끌어내야 했다. 도박꾼 네타냐후가 주사위를 던져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가 있을까?
미국도 네타냐후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난 14년 동안 네타냐후가 이란 공격에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 직후 이란에 미국이 이번 공격과 아무 관련이 없고, 전투기가 이륙한 후에야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을 알게 됐다고 직접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은 서두르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을 비난하는 러시아의 성명 초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의 거부권에 부딪히는 것을 지켜본 이란은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지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에 한마디 충고를 했다. ‘하지 마라’.
그런데 가자지구 휴전을 이뤄지지 않았고,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그 공격은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아랍권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밀하게 고안됐다. 이란은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고도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미국에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있는 걸프 지역의 강대국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스라엘에 굴복하는 모든 아랍 정권에게 자신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싶었다.
이스라엘 목표물에 도달한 미사일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이란이 보낸 모든 메시지는 전달됐다. 따라서 이란의 공격은 전략적으로 성공했고, 이스라엘이 동네 깡패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란의 공격은 이란혁명수비대가 포르투갈 국적의 컨테이너선 MSC 아이레스호를 나포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출신의 억만장자 에얄 오페르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가 관리하는 배였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값싼 드론을 무더기로 보냈고, 그것이 이스라엘에 도달하려면 8시간이 걸린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이스라엘은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들여 방공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런데 이것은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할 비용에서 비중이 높지 않다.
이란의 드론을 격추하는 데 도움을 준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 최소 4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남부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비행경로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섯 번째 국가였을 수 있고, 이집트가 여섯 번째 국가였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씁쓸하게 지적했듯, 이것은 그 국가들이 자기 나라에는 제공하지 않는 매우 어려운 방어였다. 그건 확실히 정기적으로 제공할 수는 없을 정도의 일이었다.
반면 이란의 비용은 많지 않았다. 이란은 저렴한 클론 170대와 순항 미사일 30기를 사용했다(그중 25기가 이스라엘에 의해 격추됐다). 그런데 이들은 미끼였다. 진짜 무기는 탄도 미사일이었고 그 중 소수는 이스라엘의 방어를 뚫고 이스라엘 남부의 네바팀 공군 기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 다니엘 한기리는 이란의 미사일이 가벼운 구조적 손상만 입혔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란은 헤즈볼라, 예멘의 안사르 알라 또는 이라크 등의 동맹국을 이용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원거리에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제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란이 사용한 무기는 보유 무기의 샘플에 불과하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습 후 2020년 이란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이슬람혁명수비군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수장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암살됐을 때처럼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선다면 걸프만과 이라크 전역에 있는 미군 기지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향한 이란의 메시지도 똑같이 강력했다. 이란은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바이든에게 직접 경고하는 등 서방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에 대응할 능력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춘기 아이, 그러니까 미국이 지금까지 오냐오냐 곱게만 키워서 중동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있다고 믿는 이스라엘을 제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정책에서의 실수
네타냐후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극우파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란에 강력한 반격을 가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이스라엘의 무기가 이란까지의 영공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네타냐후가 이란을 공격하면 불안정한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다. 2010년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을 막았던 미국의 국방 및 안보 당국은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이미 약해 보이는 그가 더 약해 보일 것이고, 전쟁 내각에 참가한 야당 지도자로 이란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주장한 인베티 간츠의 입지만 키워줄 것이다.
딜레마에 빠지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30년 만에 다섯 번째로 미국 외교 정책의 주요 축이 무너지고 있다.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한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침공,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축출 시도는 외교 참사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 다섯 번째 외교 참사가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벌어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지지이다.
물론 미국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판인지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그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깨닫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의회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학살을 저지른다는 증거가 없다고 증언한 것은 사담 후세인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거짓말한 콜린 파월의 유엔 연설을 연상케 한다. 2003년 파월의 연설은 미국이 국제적 신뢰를 잃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 이후부터 미국의 신뢰도는 매년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파월은 훗날 자신의 발언을 후회했다. 오스틴도 분명히 뒤늦게 후회할 것이다.
지옥 구덩이
이스라엘이 자기 지지자를 지옥 구덩이로 이끌었다. 거기에는 평화도, 평화에 대한 가능성이 없다. 하마스의 패배도 없고, 이후 수립될 새 정부에 대한 전망도 없다. 거기에는 중동의 다른 무장 단체에 대한 억지력도 감소했고, 이스라엘이 모든 국경에서 동시에 저수준 지역 전쟁을 치를 가능성은 증가했다.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의 공격을 받은 후 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은 요르단이 이란의 드론과 순항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떠벌린 것이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미사일은 요르단 쪽에서, 다른 미사일은 시리아 국경 근처에서 요격했다고 자랑했다.
이스라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중동에는 이스라엘의 방어를 도와줄 동맹국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취약한 요르단 군주제가 국경을 넘어 팔레스타인을 도와야 한다며 지금은 폐쇄된 요르단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매일 모이는 시위대와 맞서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요르단 군주제의 유지를 바란다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했다.
물론 요르단은 예전에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고,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친구인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정보를 넘겨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처음 사용한 ‘아랍 군대’라는 명칭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군대가 이스라엘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전투에 직접 참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은 큰 실수였다. 이란이 쏜 미사일이 상공을 지나갈 때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계를 포함한 요르단 국민은 환호하고 있는데 요르단군은 이스라엘을 대신해 미사일을 격추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아랍 지도자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패하며 억압적인 이들뿐이다. 요르단이 13일 한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요르단과 길게 접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진정한 동맹국이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은 그렇게 함으로써 동맹국의 정통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란은 원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했고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약해졌다. 이란은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반격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자국을 방어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보호자 미국은 여러 정책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어떤 옵션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