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임금노동자 5명 중 1명은 한 달에 20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도 절반가량(9.2%)이나 된다. 당시 최저임금(월 201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노동자 5명 중 1명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은 셈이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37년이나 됐음에도 20%나 되는 노동자가 여전히 최저임금 적용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이제 곧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가 시작되는 만큼 이 지점은 반드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논의가 임박해 오면서 경영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거세게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증가한 원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때문이므로,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도록 허용해 주자는 것이다. 말은 차등적용이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하’ 주장이다.
경영계의 이 같은 주장은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이고, 영세사업장 사업주의 어려움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우선, 최저임금은 시장임금이 아닌 제도적으로 강제되는 제도적 임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제의 목적 자체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과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수준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제도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영세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문제가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 경영악화에 영향을 미친 핵심적인 요인은 인건비보다 재료비나 원자재 설비 등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대목은 최저임금 미만 비율 증가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담을 하청, 영세사업장에 떠넘긴 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기업과 정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으로,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최저임금의 영향을 심대하게 받는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국가 중에서 최저임금을 인하한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며, 오히려 큰 폭으로 인상해가는 추세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곧 최저임금 인하를 의미한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으며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최저임금 심의를 앞둔 정부와 경영계의 무분별한 차등화 주장은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