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가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예일대와 뉴욕대, 컬럼비아대 등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와 농성이 이어졌다. 같은 날 미시간대, 에머슨대, MIT, 뉴멕시코대 학생들도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지는 양상이다.
대학가 시위의 시작은 컬럼비아대였다. 18일 캠퍼스 내 농성이 시작되자 경찰이 학교로 진입해 대학생 100여명을 체포했고, 대학 당국은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분노의 감정을 진정시키자는 게 명분이지만, 이런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시위를 억누르려는 전형적인 잔꾀에 불과하다. 대학 당국과 경찰의 조치는 유대계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한다.
큰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제도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유대계 후원자들은 대학 당국을 압박했다. 이번 사태 직전인 17일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에게 "반유대주의에 강하게 대응하라"고 질책했고, 몇몇 의원들은 대학에 대한 자금 지원이 끊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유대인들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이 있다"며 "이런 노골적인 반유대주의는 위험하며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자에서의 학살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반유대주의'로 바꿔친 셈이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대학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기금이 이스라엘에 대해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 것과 텔아비브 대학과의 학위 연계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낸 등록금을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 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뉴욕대 학생들도 무기 회사들로부터 받은 기부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과거에도 학생들은 남아공의 백인 정권에 대해서, 또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시위와 농성을 벌인 바 있다.
기득권층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시위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와 주요 기업, 주류 언론들은 모두 이 전쟁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가자에서의 학살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