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장율 1.3%만으로는 국민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1.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계속해서 0.6%에 머물렀던 성장률은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성장률로는 2021년 4분기 1.4% 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는 측면에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전망했던 1분기 성장률은 지난 분기와 비슷한 0.5~0.6% 정도였고, 내외 경제 상황이 복잡한 조건에서 섣불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웠다. 그러다 기대 이상의 성장률이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 ‘균형 잡힌 회복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기 성장률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2% 초반에서 초중반 대로 올라가는 성장경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의 성장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것이기는 했지만 성장률 수치의 개선 자체는 시간문제였다. 경기는 상승과 하강의 주기를 갖기 마련이고, 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기저효과도 커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긴 시간 반도체 수요가 바닥이었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없어도 수요가 돌아설 때가 되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고, 지난해 감산이 시차를 두고 단가 상승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수출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기보다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다른 모든 분야의 부진을 덮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사실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국민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던 상황에서도 가계와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히려 재정지출을 늘려온 미국과 유럽 각국의 대응과도 다른 양상이었다. 사실상 고통을 나눠지지 않고 가계와 기업에 모두 전가하면서 경기가 좋아질 날만 기다려 온 셈이다.

문제는 성장률 회복을 지켜보는 날이 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번에 내수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난해 4분기가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 때문이고, 내수 회복이 계속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 경기가 이끈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대기업이 돈을 더 벌어봐야 별다른 낙수효과가 없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체감 경기는 더 악화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와 유가 불안도 앞으로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1.3% GDP 성장으로 나온 1분기 성장률을 주체별로 나눠 보면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1.3%다. 즉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0%다. 이 수치는 기재부의 평가처럼 ‘민간 주도 성장’을 자찬할 수치가 아니라 정부의 무책임을 드러내는 지표다. 이 무책임이 지속되는 만큼 이미 수렁에 빠진 서민경제는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체감하는 고통은 끝나기는커녕 더 깊어지고 있고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은 여전히 절박하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