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득보장에 방점 찍은 연금개혁 공론조사 결과 존중해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22일 연금개혁 대안에 대한 학습과 숙의토론을 거친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서는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소득보장안(1안)'이 절반을 넘는 56.0%의 지지를 받아 다수안이 됐다.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현행의 40%를 유지하는 '재정안정안(2안)'을 지지한 패널은 42.6%였다.

연금개혁에 시민대표단이 참여해 숙의 과정을 거쳐 의사를 표현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연금개혁에선 소수 전문가나 정부, 정치인들만이 발언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시민대표단의 숙의 과정은 이들의 의견 분포가 바뀐 것에서도 그 효과가 드러났다. 1차 설문조사였던 3월 말에 대표단 다수는 재정안정론을 지지했다. 그러나 학습과 숙의를 거친 4월 21일의 최종 조사(3차)에서는 소득보장론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확연하게 늘어났다.

이런 결과를 놓고 일부에서는 조사 자체가 잘못됐다며 재투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대표단이 '제대로 된 자료'를 공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도 마뜩잖은 표정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이 결과에 대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개악"이라고 다수안을 비난했다. "국민연금은 본인의 기여에 의해 보험료가 결정되는 보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지만 양잿물을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내놨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도 "당초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개혁을 논의한 것인데, 도리어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나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건 모두 중요한 목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1, 2안 모두 그런 점에서 절충적이었다. 시민대표단이 어느 하나의 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숙의 과정에서 드러난 시민대표단의 의견 변화는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의 첫째 목적이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운영의 주체인 정부도 아직까지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연금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라면, 그 방향에서 만큼은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공론화위원회의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와 국회의 결정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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