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시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이날 국민의힘 쪽 의원 60명만 참석해 이 조례의 폐지 조례안을 가결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지금까지 이를 둘러싼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당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의회의 폭거를 규탄하며 72시간 농성에 돌입했고, 이러한 행동을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한 발걸음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국민의힘 역시 시의회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학생인권조례에 의한 과도한 확대 해석이 교권을 위축시켜왔기에 당연한 귀결이란 입장을 밝혔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존중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사회적 공론의 장을 거치며 법률이나 조례를 통해 이러한 인권의 보편성을 제도적으로 완성해 나가게 될 때 민주주의의 숙성도 가능한 일이 된다. 12년 전 탄생한 서울시의 학생인권조례 역시 찬반의 격론과 부침 끝에 제도화에 성공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았다.
학생인권조례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제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보편적 권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차별금지법처럼 줄곧 동성애 혐오 세력의 표적이 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에는 엉뚱한 방향에서 공공의 적처럼 다뤄지게 된다.
이를 촉발시킨 것이 이주호 교육부장관이다. 작년 7월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열린 교육부 현안질의에서 그는 악성 민원이 배경이 된 교사들의 연이은 죽음이 학생인권의 과도한 적용 때문이고, 따라서 이를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는 식의 주장을 한 바 있다. 교권 침해 대책은 두루뭉술하게 내놓으면서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시켜 은근슬쩍 그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신중히 다뤄져야 할 학생인권이 불순한 목적에서 정치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학생인권조례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인정해 지나친 체벌과 폭언이 난무했던 과거와 단절하는 성과를 이뤘으며 사생활 자유 등을 보장해 학교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던 소지품 검사, 두발 단속 등이 사라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과도한 사례가 늘었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개정을 추진하면 될 일을 아예 일방적 폐지로 몰아간 것은 성숙한 어른들의 자세가 아니다. 과거 권워주의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엄한 아버지 상'을 다시 꺼내와 우리 아이들을 계도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옳지 않은 정책 방향이 잘못된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로서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학생들이다. 서울시에서 이를 바로잡지 않고 전국적인 갈등으로 번져갈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 등 적극적인 노력과 아울러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감행한 의원들에 대한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