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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달 사이 목숨 잃은 청년 공무원만 다섯 명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 검은색 옷차림을 한 공무원 1,300여 명이 모였다. 악성 민원에 희생된 공무원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양산시청, 괴산군청, 김포시청, 남양주시청, 양주시청에서 입사 3개월에서 3년 사이의 청년 공무원 5명이 악성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숨졌다.

공직을 떠나는 청년 공무원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입직 5년 미만 퇴직자가 2020년 9,000명에서 2023년에는 1만 3,6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5년간 입직 5년 미만 퇴직자가 전국 4만 5,600명 수준인데 일반 퇴직공무원의 65%에 해당하는 수치다.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민원 업무가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게 하기 위한 공무원 정원 확대를 요구했다.

3월 초 ‘좌표 찍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청 9급 공무원 사망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의 지자체들이 공무원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홈페이지 등에 담당 공무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는데, 부산, 김포, 인천, 대전, 충북 충주, 충남 천안 등 30여 곳이 시행 중이고, 제주도와 경남 창원시 등 검토 중인 곳을 포함하면 50곳이 넘는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홈페이지뿐 아니라 다른 창구를 통해 공무원 신상 정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고, 이름 공개 여부 자체가 악성 민원의 본질과 거리가 있어 제대로 된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휴대용 영상 장비 운용, 법적 대응 전담 부서 지정, 안전요원 배치’ 등이 대책으로 제기됐지만 강제성 없이 예산 등을 핑계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현장 민원 공무원과 노동조합, 전문가, 청년 공무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악성 민원 종합대책을 5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상황에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미지수다.

악성 민원은 행정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당한 행정 서비스 제공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영국이나 호주에선 민원인이 연락할 수 있는 직원, 시간, 수단 등을 제한하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우리도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 개인정보 보호, 악성 민원 피해 공무원 심리 치료 지원 등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효가 없거나 사후약방문 수준이다. 인력 충원을 통한 민원 업무 배분과 악성 민원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직사회에 들어와도 5년 미만 퇴직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더군다나 동일 직업군에서 단기간 비슷한 이유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계속되는 것은 위험 신호다. 실질적 대책 마련과 집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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