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34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노동절 기념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거리집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본청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인원이 집회를 개최함에 따라 임시 편성부대를 포함한 162개 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가용 경력과 장비를 총동원한다”면서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경찰청이 노동절 집회에 앞서 상황 점검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서는 건 일상적인 업무다. 하지만, 본청 차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엄정 대응’ 입장을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노동절을 앞두고 상황 점검회의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경찰청이 나서 경고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윤희근 경찰청장 취임 이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동절을 앞두고 경찰청은 엄정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선 코로나 시기이던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방역 수칙 위반을 이유로 민주노총 집회 등에 대해 3차례 경고 입장을 보도자료로 밝혔지만, 윤희근 청장 취임 이후인 2023년부터 지금까지 총 7차례나 된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발행한 ‘경찰백서’에서 지난 3년간 집회 발생 건수와 경찰 부상자를 살펴보면 2021년엔 10,300건, 경찰 부상 40명, 2022년엔 10,293건 경찰 부상 51명, 2023년엔 10,431건 경찰 부상 39명으로 예년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집회와 시위가 예년보다 늘어났다거나 과격해졌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지만, 경찰의 집회 관련 대응은 예년과 비교해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찰의 대응은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전국민에 생중계된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노총의 집회를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라고 비난하며 “전 정부가 불법 집회·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과 공무원들에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한 바 있다. 3일 뒤엔 경찰의 ‘불법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이 6년 만에 공식 재개된 바 있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와 노동자들을 유혈 탄압한 경찰 규탄을 내걸고 미국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1890년부터 이어진 기념일이다. 노동절의 정신 속엔 정당한 요구를 외치며 싸운 노동자 집회와 시위 그리고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노동자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권리다. 134주년 노동절을 맞아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건 아닌지 꼭 되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