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MD체계 편입 우려되는 SM-3 도입 결정 철회돼야

방위사업청이 지난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미국의 해상탄도요격유도탄 SM-3 구매 방침을 의결했다. 한국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군 기지 또는 미국을 향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SM-3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국가 방어방을 구축하는 의미가 아니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을 위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의 미사일 방어망 체계는 물론 안보정책 방향을 뒤흔드는 결정이다. 당장 철회하고 재검토 되어야 한다.

방사청이 의결한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사업추진기본전략’은 2025~2030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으로, 총 803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차세대 이지스함에 탑재할 SM-3 40여기를 국외구매(FMS)로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미 MD체계와는 별개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중간단계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그러한가.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만든 SM-3는 이지스함에 탑재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도록 개발된 무기다. 사거리는 700km, 요격고도는 100~500km로 알려졌다. 최신형의 요격고도는 1000km까지 올라간다. 즉,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유도탄이다.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대응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돼 왔다. 북한이 우리 측을 향해 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이보다 낮은 고도에서 요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SM-3는 오히려 한국보다는 괌이나 오키나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군 기지나 미국 본토를 향하는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실상 우리 국토를 방어하기보다 미국을 향하는 미사일을 염두에 둔 배치라는 의미가 된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5~11월 사업타당성조사를 통해 SM-3 중 어떤 유형을 도입할지 결정할 전망이다. 최신형은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SM-3 블록2A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를 도입한다면 우리 군이 일본이 개발에 참여한 무기를 최초로 들여오는 사례가 된다.

SM-3 도입은 단순히 무기 도입을 늘리는 수준을 넘는 문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긴축재정을 하는 정부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우리 방어보다 미국 방어에 더 효과적인 미사일을 도입할 ‘다른’ 이유가 있는가. 이 결정으로 동북아 관련국들의 반발과 대응 조치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적 논의 없이 함부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방사청의 결정을 철회하고,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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