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경제만 신나는 강(强)달러 현상

달러 강세가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3년 만에 160엔 대를 돌파했다. 이후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수치는 진정됐지만 여전히 엔달러 환율은 150엔대 위에서 머무르는 중이다.

사태의 진원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5월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하며 강달러 현상을 부추겼다. 3월경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돼 올해 안에 세 번 정도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었지만 연준은 예상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올해 한 차례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으니 당연히 세계 시장의 돈은 미국으로 모인다. 강달러 추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강달러 현상의 수혜를 미국이 독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올려 2.7%로 전망했다. 유럽연합의 예상 성장률이 0.8%,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0.2%와 0.7%, 일본이 0.9%인 것에 비하면 독보적인 수치다. IMF조차 이런 현상을 “미국 경제의 나 홀로 성장”이라고 평가한다. 195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최대 호황이 올해 예상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경제가 고물가로 고통을 받는 시점에서 강달러를 부추기는 미국의 행보는 실로 이기적이다.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은 높아진 달러의 구매력으로 다른 국가 제품을 값싸게 사들인다. 당연히 미국의 물가 상승률도 안정적이다.

반면 미국 외의 대부분 국가들은 약해진 자국 화폐의 영향력 탓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수입품을 구매해야 한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강달러 현상이 결국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강달러 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달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안정성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기축통화 보유국은 당연히 세계 경제를 안정화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의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 챙긴다.

10여 년 전부터 감지된 일이긴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제의 리더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수출해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최근의 행보는 미국이 왜 리더가 아니며, 앞으로도 리더여서는 안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가 미국의 이기적 행보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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