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이번 주엔 고발인 소환 절차를 밟는 등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가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는 영상을 공개한 게 지난해 11월이니 반년 가까이 지났다. 그 사이 사실관계는 이렇다 하게 바뀐 것이 없다. 온 국민이 목격한 공공연한 금품 수수를 놓고 검찰은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왔다.
검찰이 수사를 미뤄온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 사건을 "(김 여사가)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한 일"이라고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최고 권력자가 '박절'을 본질로 규정한 사건에서 검찰이 '범죄 혐의'를 발견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유도 뻔하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둬 이대로 가면 '김건희 특검법'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특검으로 넘어갈 것이라면 시간을 끌어 흐지부지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불가능할 터이다.
수사 결과가 무엇이 나오던 검찰은 비난을 피할 방법이 없다. 김 여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면 그것대로 야당과 국민의 비난을 받을 것이고, 김 여사를 억지로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면 권력의 미움을 받게 된다. 이 모든 게 '너무 늦어버린' 검찰의 업보다. 지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 문제에 대한 성찰과 사과 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듯하다.
'명품백'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그럼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아무 움직임이 없다. 관련자들이 이미 1심에서 유죄를 받았는데도 검찰은 공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서는 아무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3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도 말이다. 이 사건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사건으로 그 중대성은 명품백 수사에 비해 오히려 더 크다.
더 중대한 사건은 두고, 비교적 간단한 사건만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한다니 여전히 검찰은 정신을 못 차렸다고 본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깎아먹은 건 검찰 스스로다. 윤석열 정권은 이렇게 알아서 기는 검찰을 자신의 꼭두각시 마냥 주물러 왔다. 이러니 특검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