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전자파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우려에 대응하지 않던 한국 국방부가 지난해 6월 21일 드디어 사드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성주 테스트의 최고 측정값은 인체 노출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제곱미터당 0.018870와트였고, 환경부는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다.
앞서 레이더 북서쪽 4곳에서 실시한 김천시 테스트에서는 성주 테스트보다 약간 높지만 비슷한 안전 한도 내에 있는 수치가 나왔다. 이 테스트는 2023년 5월까지 1년에 걸쳐 진행됐는데 최고 측정 수치가 레이더에서 10.2킬로미터 떨어진 가장 먼 위치에서 기록됐다. 그러나 이전의 성주 테스트처럼 레이더의 설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얼핏 보면 성주 테스트가 사드 레이더가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잠재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보도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결과 외에는 어떤 정보도 없다. 한국 국방부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레이더의 각도를 비롯한 실험 조건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개하는 것이 안보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그게 아니라 주한미군이 안전한 수치가 나올 수 있도록 측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성주의 환경영향평가는 측정이 이뤄진 인구 밀집 지역을 밝힌 김천 보고서와는 달리 ‘대구지방환경청에서 협의한 부지를 포함한 기지 전체’에 대해 이뤄졌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이 문구는 사드 기지 밖에서는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암시하는데, 이는 인근 주민의 우려를 고려할 때 이상한 선택이다. 더욱이 그 제한 범위 내에서도 기지의 30% 미만만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우리가 성주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조건에서 사드 레이더가 방출하는 전자파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뿐이다. 다른 시나리오에서의 위험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성주 테스트에 어떤 모드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 레이더의 목적이 순전히 방어용이라는 (거짓) 주장에 맞춰 종말 모드만 측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AN/TPY-2 전진배치 모드의 탐지 범위가 더 넓고, 탐지 범위가 넓을수록 레이더의 평균 전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방출되는 전자파의 수치 또한 높을 것이다.
보도 자료는 레이더의 방향과 각도도 언급하지 않았다. 종말 모드에서는 레이더가 아마 북쪽을 향하겠지만, 전진배치 모드에서는 레이더가 중국을 향해 다양하고 훨씬 더 넓은 범위의 방향을 향해 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AN/TPY-2는 10도에서 60도까지의 각도로 설정할 수 있는데, 전진배치 모드에서는 레이더 각도가 종말 모드보다 훨씬 작게 설정돼 지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레이더가 방출하는 전자파는 주요 빔의 경로에서 주파수가 가장 높고 그 경로만 벗어나면 일반적으로 수천 분의 일 수준으로 급감한다. 주요 빔의 경로 밖에서 측정이 이뤄지면 오해할 만큼 낮은 수치가 나온다는 애기다. 여러 전략 시나리오에 따라 레이더가 어디에 배치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인구 밀접 지역이 주요 빔의 경로 선상에 직접 위치할지 알 수 없다. 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드 레이더가 지닌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여전히 아는 것이 없다.
성주 테스트는 미군이 실시하고 한국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실제 측정을 했다. 성주 테스트의 계획과 실행에서 외부의 참여는 전혀 허락되지 않았다. 미군이 독립적인 외부 감독 없이 원하는 수치가 나올만한 측정 조건을 선택했다. 한국 환경부의 유일한 역할은 선정된 제3자와 함께 한국군이 전달한 측정치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헌재는 최근 결정에서 사드 배치에 이의를 제기한 두 건의 헌법 소원을 모두 기각했다. 원불교 교도들은 사드가 종교 활동과 집회를 할 때 군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성지순례를 제한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고, 인근 주민은 사드 배치로 밭을 일굴 때조차 경찰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두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한미 공동실무단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사드 배치를 결정했기 때문에 종교시설과 농지에 대한 출입 제한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공권력 행사가 신청인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애초에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지를 결정했다. 더 이상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헌재가 이런 프레임을 선택한 것이 의아하다.
헌재는 또한 사드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문제를 기각하면서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보도자료를 증거로 인용했고, 마지막으로 사드가 전쟁 시 성주를 표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을 기각하면서 사드가 방어용이기 때문에 ‘침략 전쟁을 일으켜 국민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재판관들이 중국에서 사드 배치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몰랐을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환경영향평가의 공개에 이어 이뤄진 헌재의 결정으로 미국은 환희에 찼을 것이다. 한국군은 ‘사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고, 사드 기지의 ‘정상화’와 사드의 영구 배치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드는 한미 군사동맹의 모든 불편한 점을 대표하는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관계는 그것이 한국의 이익에 반할 때가 많아도 한국이 미국의 지정학적 목표를 위해 종속적인 역할을 하는 관계이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문승숙 미국 배서대 교수가 설명하듯 ‘미국이 미군 주둔국과 맺은 관계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미국과 한국 간의 군사동맹은 일관되게 신식민주의적 성격을 띠어왔다. 한국 정부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같은 미국의 군사적 요구를 주로 하위계급과 농촌 지역에 부과해 이들의 안전과 삶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계급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미국 군사주의의 비용은 한국 국민에게 또 다른 방법으로도 전가되는데, 여기에는 사용 중이거나 폐기된 미군 기지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오염의 영향을 받는 지역 사회도 포함된다. 실탄 사격 훈련장 근처에 사는 주민은 참을 수 없는 수준의 소음을 견뎌야 하고, 미군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기지 인근 주민이 피해를 당한다.
대한민국 전체로 볼 때 미국이 중국 및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 기지의 존재는 한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지속적인 리스크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에 부여한 역할을 매우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명을 통해 ‘동맹을 강화할 때 우리 미국의 힘은 증폭된다’고 선언했다. 동맹국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지가 명확한 것이다.
미국은 윤 대통령에게서 진정한 추종자, 그러니까 자국민의 복지보다 미국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이상적인 하인을 찾았다. 한반도를 넘어 동맹을 확대하는 것이 미국의 오랜 목표였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여러 진전을 이뤘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월 ‘한국과 미국이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차대한 안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지역 전반에 걸쳐 양국 혹은 다자 간 정치, 군사적 협력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완전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지배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바이든과 만난 자리에서 흔한 반중 완곡어법을 쓰는 등 그 정책을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바이든과 윤 대통령은 또한 북한과 중국을 위협하고 협박하기 위한 공격적인 대규모 군사 훈련을 거의 쉬지 않고 연이어 진행하면서 지역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바이든은 최근의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국 진보 운동의 결의를 과소평가했다. 이번 좌절은 오히려 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소성리 사드 배치 7주년인 4월 27일,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드가 해체되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외치며 결사반대를 선언했다.
발언을 한 이기은 학생은 사드의 레이더가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적으로 외세를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북한과 중국과의 대결의 최전선에서 우리 국민의 목숨이 외세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 더 큰 결의로, 터져 나오는 초원의 불처럼 더 큰 생명력으로 사드 반대 투쟁을 계속하자!’고 했다.
사드 반대 투쟁은 미국과의 군사동맹 심화와 미제국주의의 제단에 한국의 주권과 민중의 복지를 희생시키는 윤 대통령의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에 반대하는 한국 진보 진영의 광범위한 운동의 일환이다. 민주노총의 함재규 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처럼 ‘일제 식민지 시대가 미제국주의로 바통을 넘겼을 뿐, 제국주의에 의한 예속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이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짓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