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이어 노동·인권·복지 관련 조례들에 대한 폐지·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는 서울학생인권조례와 함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은 2019년 서울시가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 전문성, 투명성을 강화해 양질의 돌봄을 직접 제공하겠다고 설립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6곳, 데이케어센터 2곳, 모두돌봄센터 4곳, 장애인활동지원기관 1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90% 이상이 민간에서 제공되는 현실에서 서사원은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관련 조례가 폐지됨으로써 운영에 대한 지원은 모두 중단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노동 관련 조례에 대한 개악도 심각하다. 서울시의회는 노동이사 선출 기준을 변경해 이사 수를 축소하는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이사회에 들어가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로, 2016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입했었다. 현재 노동이사를 도입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은 24개 중 21개에 달한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로 현 노동이사 임기가 끝나면 24개 중 13개 기관만이 노동이사를 둘 수 있게 되고, 노동이사 수는 34명에서 17명으로 축소된다.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조례안도 통과됐다. 이로써 대형마트들이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는 원칙은 폐지되었고, 영업 제한 시간 조정으로 온라인 새벽 배송은 가능하게 됐다. 조례안은 아니지만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노조법 개정 촉구 결의안도 통과됐다.
이처럼 노동·인권·복지 조례들이 속수무책 폐지·개악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일방적인 강행처리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 75명, 민주당 의원 36명으로 국민의힘의 의석수가 민주당보다 2배 이상 많다. 문제는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반인권, 반노동 개악을 계속해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국민의힘은 노인을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건의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올해 최저임금 심의 기간과 맞물려 언제든지 시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단 일주일 만에 국민의힘이 폐지·개악을 시도했던 조례들은 노동자, 청소년, 교사, 장애인 등 수많은 시민들이 수년 동안 싸우고, 토론하고, 호소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결과물들이었다. 그러하기에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는 물론이고, 그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 역시 마련돼 있어야 했다. 그러나 터무니없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의회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울시의회에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국민의힘 의원들 뿐 아니라 이를 방조한 오세훈 시장 역시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