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저는 이게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선 후보 토론에서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거의 나오지 않더군요. 도대체 대한민국은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나라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래서 뭔가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 해서 제가 대선 후보들에게 전부 연락하고 초대했습니다.”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심포지엄에서 꺼낸 얘기다.
최 이사장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들에게 직접 전화하고 연락해 1:1 대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성사된 대담을 최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통해 중계했다. 당시 1:1 대담에 응한 대선후보들은 민주당 후보 이재명, 정의당 후보 심상정,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새로운물결 후보 김동연 등이었다. 딱 1명의 후보를 제외하고 모두 응한 것이다.
최 이사장은 “참 고맙게도 모두 오셨습니다. 한 분만 빼고”라고 강조했는데, 대담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대선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최 이사장은 “오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자꾸 합니다”면서 “오셔서 당신 입으로 몇 마디 하고 가셨으면, 국정에 그런 것들을 기꺼이 반영해 주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2년 동안 국제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158개국 정부 대표가 서명하여 1993년 12월 발효된 국제협약) 의장으로 지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전했다.
“제가 가운데 앉아서 회의를 이끄는데, 갑자기 어느 나라 대표가 문제제기를 하더라고요. ‘한국은 그걸 하겠다고 하고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한국 출신 의장이 그 안건을 주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같다. 내려와 달라’ 그래서 저는 (의장 직무대행으로) 다른 사람을 지목하고 내려갔어요. (회의장이) 굉장히 높은 곳인데, 걸어서 내려가는데 아마 1분은 걸렸을 거예요. 그 1분 동안 전 세계 대표들이 ‘한국은 얌체구나’, ‘한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나라구나’ ... 이런 일을 2번이나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기후 얌체’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기후 바보’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RE100으로 알고 있는 이슈, 그것을 우리가 국가 차원에서 해 내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수출하는데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거잖아요”라며 “이것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분명한 사실인데, 우리 정부가 이런 문제에 있어서 지금 손 놓고 있다는 게 이해하기 참 힘듭니다. 정부가 어떤 이념에 따라서 좀 다르게 할 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경제이고 먹고 사는 문제인데 자칫하면 국가 경제가 무너질 그런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가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참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지적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의미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등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이 납품·협력 업체들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이를 충족하지 못해 해외 기업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의 지적대로 윤석열 정부는 이미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은 RE100을 대신할 국제표준을 세우겠다면서 국제사회에 ‘CF100’을 제시하고 있다. CF100은 RE100과 다르게 100%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재생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키우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다른 식으로 재생에너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 방송 토론회에서 ‘RE100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을 듣고, RE100 단어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듯 “네?”라고 되물은 뒤 “RE100이 뭐죠? 탄소중립 에너지 말씀하시는 건가?”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다음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심포지엄 유튜브 영상과 포스터다. 이날 행사는 ‘기후유권자와 22대 기후국회, 연결과 확장’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기후정치바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제22대 총선 당선자 국민의힘 김용태, 민주당 박지혜, 조국혁신당 서왕진, 진보당 윤종오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