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에 분노한 시민들 “이제 우리가 저항권 행사할 때”

‘거부권 통치’ 거부한 시민들 “남은 3년도 절망뿐, 이제는 투쟁 나서야”

거부권 거부 전국비상행동 등 시민사회와 야당 의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대회'에 참석해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했다. ⓒ전국민중행동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총선 결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변화를 거부했다. 시민들은 취임 2년간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긴 9개의 법안을 가로막았으면서도, 또다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윤 대통령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거리로 나섰다.

군인권센터,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거부권 거부 전국비상행동, 전국민중행동, 전국비상시국회의는 11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2년, 거부권 거부대회’를 열고 “이제 광장에서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고 외쳤다. 이날 대회에는 해병대 예비역 대위와 전세사기 피해자, 여든이 넘은 민족민주열사의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법안의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 거리로 모여 저항권 행사해야”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11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국민중행동

최근 윤 대통령이 가장 직접적으로 거부권 의사를 밝힌 법안은 ‘채 상병 특검법’이다. 이 법안은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데다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 유권자 역시 높은 비율로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오는 22일 이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채 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해병대 지휘부의 책임 회피와 대통령실이 연루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해 왔던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윤 대통령은 본인이 피의자가 될 것을 대비해서 차곡차곡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며 “부활시킨 민정수석을 앞세워 사정기관을 틀어쥐고 본인에게 겨눠질 특검을 방어하기 위해 증거와 증인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특검법의 동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저항권”이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저항권은 이미 한번 행사된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감옥을 간 것”이라며 “수사 외압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국가 범죄다.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소장은 “우리는 모여서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해 누가 수사외압을 행사했는지,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고 누가 유속이 빠른 물 속으로 들어가라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한 번 더 거리로 모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 전세사기 피해자들 ‘또’ 외면하나
“우리에겐 시간 없어, 거부권 행사 시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안상미 공동위원장이 11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국민중행동

하루하루를 절망과 고통 속에서 버티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분노를 안고 이날 대회에 참여했다.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선구제-후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이달 말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법 개정 논의 내내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반대하고 있어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대구에서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고인은 유서를 통해 “저도 잘 살고 싶었다”며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인 정부를 향한 울분을 토해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8번째 희생이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안상미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사회 재난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관만 한 정부와 은행이 이 사태를 대규모화되도록 발판을 만들었다”며 “국가는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주체이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사기꾼들은 보호되고 있으며 모든 피해는 임차인들이 책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이렇다할 해결책이 없이 1년이 흘렀고, 다시 피해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그래서 저희들은 시간이 없다”며 “이 많은 청년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회적 재난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이 개정안을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성난 민심은 더 이상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남은 3년은 절망만 남았다”며 윤석열 정권에 맞선 광장에서의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총선에서 국민은 투표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지만, 아직 매가 부족한 모양”이라며 “더는 국민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국민이 심판하자”고 외쳤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 정의당 김준우 대표와 장헤영 원내대표 직무대행,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와 강성희 원내대표, 윤종오 당선인 등 정치권도 함께했다. 이들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등의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1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거부권 거부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민중행동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