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돌아갈 라파 공격, 패배해도 승리를 선언할 이스라엘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캠프에 있는 쿠웨이트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의료진이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부상한 소녀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을 소탕한다며 가자지구에서 대학살을 8개월째 자행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를 모두 초토화한 이스라엘은 지난 6일 가자지구 최남단의 라파마저 공습하며 지상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동의하고 미국이 지지한 휴전안을 거부하고 진행하는 라파 공격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Rafah invasion: With defeat in sight, how can Netanyahu declare victory?

합의가 있었나? 아니면 미국 정부 일각의 말대로 하마스의 역제안이 있었나? 현재 논의 되는 제안이 두 가지인가, 아니면 미국이 이스라엘의 반응을 보고 입장을 바꾼 안 하나인가? 협상 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이집트 카이로와 카타르 도하의 소식통들이 해 준 얘기는 다음과 같다.

하마스 대표단은 카이로에 상당 기간 동안 머물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첫 초안에 주석을 달아 제출했다. 하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하마스 대표단은 철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마스 대표단이 공항에 있을 때 이집트가 하마스가 고려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하마스 대표단은 5일(현지 시각)에 도하로 옮겼고, 이집트와 카타르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한 회의를 6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하마스 대표단을 따라 카이로 이틀 머물렀다가 도하로 이동했다. 그는 이스라엘에도 갈 예정이었지만 하마스의 6일 회의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출국을 연기했다.

이집트가 하마스 측에 보낸 새 초안에는 사소한 문구 수정이 두 가지 있었지만 합의에 도달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간주됐다. 미들이스트아이는 두 버전 모두를 직접 봤다.

미국의 역할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인질과 이스라엘 포로의 교환에 대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라파 공격 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5일 도하에 기반을 둔 아랍권의 대표 방송사인 알자지라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스라엘이 최근의 합의 초안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카타르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는 지표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였을까? 이집트와 카타르가 하마스에 보낸 합의 초안에 미국이 관여했는지, 사전에 그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내가 본 영문 버전에는 합의의 보증인이 카타르, 이집트, 유엔, 그리고 미국이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하마스가 받아들이기로 한 휴전협정에 서명했다는 것인가, 안 했다는 것인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대변인은 확답 대신 ‘하마스의 합의안 수용이 번스가 참여한 수많은 논의의 결과로, 또는 그 끝에 나온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미국이 하마스의 응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마치 하마스가 서명한 제안이 이집트와 카타르가 중재한 것이 아니었거나 번스가 카이로와 도하에서 순수한 관찰자였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열의 시작

하마스가 최신 버전의 협상안을 받아들였을 때 이스라엘은 당황했다. 하마스가 협상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거부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놀라운 것은 이스라엘이 거부한 협상안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번즈가 카이로와 도하를 오간 후 나온 협상안은 새로운 게 아니었다. 그것은 이집트와 카타르가 중재한 협상안이었고, 번즈의 존재로 미국이 지지한다는 게 이해된 상태였다. 이집트 관리와 서방 외교관을 인용한 A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가 수락한 초안에는 미국이 이전 이스라엘의 승인을 받아 추진했던 버전에서 ‘약간의 문구 변경’만 있었고, 그 문구 변경도 번즈와 협의하여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이 합의안 초안을 거부한 후 이를 지지하는 분파와 여전히 합의안 초안을 지원하는 CIA로 분열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찌 됐든 하마스는 이를 자기네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하마스가 원하는 조건의 휴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하마스가 합의를 위해 많은 양보를 했기 때문에 그 합의가 무산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다며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하마스는 휴전이 될 때까지 어떤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승리할 수 없고 휴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는 하마스의 자신감은 이스라엘의 전쟁 내각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는 큰 문제다. 하마스가 최후의 보루인 라파에 단 몇 개의 대대만 남아 있을 정도로 전세가 기울었다면 그렇게 자신감 있게 행동할까? 하마스는 여전히 이스라엘의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케렘 샬롬 지역에서 하마스의 손에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하고 여럿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는 4개의 대대만 남았다?

7개월간의 공습으로 가자의 대부분이 폐허가 됐건만 하마스는 아직 이스라엘에 굴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전사 대부분을 전멸하고 라파에 4개의 대대만 남았다고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하마스의 군사 능력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은 ‘가자지구 북부, 중부, 남부를 막론하고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는 곳마다 하마스가 다시 출몰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네라짐 회랑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곳의 검문소도 점점 위험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그 선에서 철수하겠다고 제안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일부 군사 전문가도 이에 동의하며 침묵을 깨고 있다. 이츠하크 바릭 예비역 소장은 이스라엘 일간지 ‘마리브’에 ‘네타냐후는 우리가 군사적으로 교착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라파를 제외한 가자지구의 80%를 장악한 후 대체 병력이 없어 철수했다. 그 결과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떠난 모든 지역으로 한꺼번에 돌아와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카삼 여단에는 지원할 사람과 폭발물이 넘친다. 하마스의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직후에는 하마스를 비판하는 일부 팔레스타인인이 있었지만,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체를 파괴하려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정파를 막론하고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이 하마스의 무장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7개월간의 전투 끝에 하마스에는 수만 명에 달하는 신병이 무한정 공급되고 있다. 그동안 펼쳐졌던 (이스라엘과의 공존과 평화 투쟁을 주장하는) 파타당과 하마스의 쓰라린 경쟁을 극복하고 하마스에 대한 지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폭발물도 무한정 공급되고 있다. 유엔은 최근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 너무 많은 폭발물이 투하돼 불발탄을 제거하는 데 1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시 말해 실패율이 15%에 달하는 폭탄과 미사일에서 회수된 재료만 이용해도 하마스는 앞으로 오랫동안 폭발물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재활용된 폭발물도 많다. 카삼 여단은 가자지구 중부의 알무그라카 지역을 공격할 때 이스라엘 측의 F16 전투기에 장착된 폭탄과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2014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공습으로 칸유니스와 라파에서만 5톤의 불발탄이 회수됐으니, 7개월 동안 매일 이뤄진 폭격으로 하마스가 회수할 수 있는 불발탄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진짜 장애물

(2006년 총선 압승으로 가자지구의 집권당이 된) 하마스를 전복하려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다. 하마스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두 시도 모두 실패했다. 첫 번째 시도는 지난 1월에 이뤄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분할해 팔레스타인 부족 지도자들에게 행정·통치권을 넘겨주고, 이들과 개별 협정을 맺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하마스에 충성하는 부족들이 이를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부족 최고 당국의 아케프 알 마스리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점령국이 가자지구에서의 실패를 은폐하고 팔레스타인 사회에 혼란과 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하고, 국민의 불굴의 의지를 굳건히 하고 이스라엘의 모든 점령 계획에 대한 기회를 막기 위해 파타당과 하마스 사이의 정치적 분열을 종식하고 통일된 국가 지도부를 세우자고 촉구했다.

두 번째 시도는 더 심각했다. 이 계획은 요르단, 이집트 및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획하고 (2006년 총선 결과에 불복해 서안지구에 대한 통치권을 하마스에 넘기지 않은 파타당이 이끌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정보당국 총책임자로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가 전후 가자지구의 잠재적 지도자로 지목한 인물인 마제드 파라즈이 실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자국에 망명 중인 파타당의 호마메드 달란을 지도자로 지목하고 이 계획에 참여하지 않았다).

PA 비밀 요원 수십 명이 이집트 국경에서 구호물자 수송을 위한 보안 요원으로 위장해 가자지구에 잠입했다. 이 중 일부는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까지 북쪽으로 이동해 정보를 제공해서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습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대부분은 라파에 머물면서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건물에 본부를 설치하려고 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4명이 한 팀이 돼 라파 교차로에서 트럭 10대에 탑승했는데, 굶주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구호물자를 가져가려고 트럭을 덮치자 파라즈의 보안군이 무기를 꺼내 들었고 그런 혼란 속에서 이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들은 하마스에 체포돼 심문받았는데, 체포된 장교 중 4명은 신원이 확인됐다. 이들은 요르단에서 훈련받고 PA의 지원으로 가자지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런 일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의 더 큰 골칫거리

이 모든 일로 인해 하마스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어떤 소탕 작전을 펼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한 소식통은 ‘그들은 계속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파괴해 항복을 강요하려 했지만, 그건 전례 없이 이스라엘을 노출한 양날의 검이 됐다. 이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곤경에 처했다.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은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높아져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하마스에 협상 방식에 대한 자신감도 주고 있다’고 했다.

라파 전투는 분명히 일련의 학살을 수반할 것이다. 이 사실을 피할 수 없다. 국제법상 그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피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이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날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에서의 행동을 반복한다면 라파는 초토화될 것이다. 칸유니스는 하마스의 본거지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군은 4개월이 넘는 폭격 끝에 도시를 완전히 파괴한 것 말고는 별다른 성과 없이 철수했다. 라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생존 인질을 구출하지 못할 것이고, 하마스의 지도자를 생포하거나 사살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하마스의 자신감은 매우 크다.

이스라엘의 바릭 예비역 소장의 의견도 같다. 그는 ‘네타냐후도 라파에 들어가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문제가 수십 배로 커질 것이다. 우리는 점령 후 라파를 떠나야 할 것이다. 라파에 진입하면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아랍 국가를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관계도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또 바릭 소장은 이것이 무엇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이미 시작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강화하는 등 매우 어려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라파에 진입하면 납치된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네타냐후는 지금보다 훨씬 큰 골칫거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패배했지만 승리를 선언할 방법을 찾아내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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