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 전교조 대변인 “스승에 감사보다 교사 목소리 경청의 날로”

이기백 전교조 대변인이 말하는 ‘스승의 날’

해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 그러나 정작 교사들은 언짢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이 밝힌 교사들의 불편함 중 하나는 약간 의외였다.

“스승의 날 되면 관련 기사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댓글을 보면 안 좋은 게 많습니다. 학창시절에 매 맞았던 경험이나 스승 같지 않은 교사를 거론하며 비난하는 댓글이 많아요. 물론 체벌이나 자질이 부족한 교사는 없어야죠. 그러나 열심히 하고자 하는 분들이 교사를 비난하는 댓글이나 반응에 상처받고, 차라리 스승의 날 없애자고 많이들 말하세요.”

학교에 근무하다 올해 3월 전교조 업무를 시작한 이기백 대변인은 96년생으로 아직 20대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두고 만나 학교의 현실, 특히 저연차 교사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이 13일 서울 강서구 전교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3 ⓒ민중의소리

초임 교사들의 급여는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이 대변인은 교직 4년차 초등학교 교사다. 그는 “초등교사로 처음 임용되면 9호봉인데 세전 220만원에 세금과 기여금 등 떼면 180만원 정도가 실수령액이다. 교직수당, 담임수당 등을 합치면 200만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1% 정도인데, 물가를 고려하면 임금이 계속 낮아지는 셈”이라며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저연차 교사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적은 액수라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추가 업무 등을 저연차 교사들이 많이 한다고.

“저도 작년까지 방과후 강사로 투입됐어요. 시골 학교다 보니 강사를 채용하기 어려워 교사들이 투입되는 경우가 있는데, 수당이 필요한 저연차나 생활고를 느끼는 교사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임 공무원들이 이탈하는 원인 중 하나가 저임금인데 교사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공무원과 달리 교사들이 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은 없다. 교사가 함부로 돈 얘기하면 안 된다는 금기 때문일까.

초임 교사 급여 수당 합쳐 200여만원, 생활고 겪기도
서이초로 드러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도 여전


과중한 업무 부담과 교사를 위협하는 학교 안팎의 환경도 여전히 문제다.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그간 조명되지 못한 공교육 현실이 드러났다. 이후 정부당국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많은 교사의 평가다. 지식 교육부터 민주시민이 갖출 인성 교양과 학교생활 지도까지 갈수록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데 뒷받침할 지원은 열악하다. 

이 대변인은 “10년 전 교사가 행정업무에 쏟는 시간이 주당 5시간이었는데 2023년에는 7시간 반에서 8시간으로 늘었다는 연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외 업무가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또한 “아동복지법 개정 등으로 학생을 보호하는 장치는 늘고 있는데 교사의 교육행위를 보호하는 시스템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민원 등으로 부담과 스트레스를 커졌는데, 상대적으로 저연차 교사들이 더욱 위험에 노출된다. 이 대변인은 “서이초 사태 이후에 ‘교권보호 5법’이 통과됐는데, 핵심은 학교 관리자 아래 민원대응팀을 따로 구성하고,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분리조치해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내용”이라면서 “이를 실행하려면 인력과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 그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은 실태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전교조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교사 14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교사 중 39%만 “학교에 민원대응팀이 구성됐다”고 답했다.  “민원 대응팀이 구성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22%, “구성 여부를 모른다”는 답변도 39%에 이르렀다. 

분리조치 역시 “분리 조치를 요구했거나 요구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학생 분리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분리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21%로 나타났다. 분리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민원에 대한 염려”가 62.9%로 가장 많았다. 즉 교사들이 신뢰할 만큼의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된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이 13일 서울 강서구 전교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3 ⓒ민중의소리

대통령은 저출생 해결하자는데
학령인구 줄 것이니 교사 줄인다는 교육부,
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 보호 대책 나오지만 지원 턱없이 부족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해결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부총리급 부처를 신설하기로 하고, 선제적으로 대통령실에 ‘저출생 수석’도 선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안심할 환경이 중요할 텐데 교육당국 대응은 달라 보인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교사를 줄이겠다는 교육당국의 방침이 그러하다. 한 사람을 교육하는데 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이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저출생이 고착되고, 학령인구가 줄 것을 전제로 교육부는 교사를 줄이겠다고 합니다.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해결을 전제로, 또 해결하기 위해 인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거죠. 전교조는 이를 바꾸기 위해 여러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은 더 열악해지는데 아직도 교사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교직 이탈과 선호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변인은 “퇴직이 가까운 선생님들이 명예퇴직을 하거나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생님들이 이직하려는 경향이 양쪽에서 강해지고 있다”면서 “저만 해도 앞으로 대략 36년 남은 교직 생활을 생각하면,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은 교대 지원율이 점점 낮아지는 결과로도 간접 확인된다.

5월이면 언론을 타는 참스승상(像)이나 하늘같은 스승의 은혜는 현실과 한참 거리가 멀다. 스승이라는 전통적 관념 자체가 교사로서의 자각과 행동을 제약하기도 한다. 교직에 대한 관점으로 성직관, 전문직관, 노동자관 세 가지 분류가 일반적이라는 이 대변인은 “스승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가 아무래도 성직관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로서의 당위적인 역할을,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내용을 만들어 놓고 강조하기도 한다”면서 “교사들이 처우 개선이나 현실의 변화를 주장하면 사기업에 가봐라, 배부른 소리한다는 식의 공격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탄신일로 정해졌다는 스승의 날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은 진작 있었다. 이 대변인은 “지난해 서이초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49재인 9월 4일에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대규모로 진행했다”면서 “차라리 이날을 교육정상화의 날이나 교사인권의 날로 기념하자는 주장이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래된 프레임으로 현실 변화 요구를 오히려 억누른다는 평가를 받고, 교사들에게 ‘차라리 없앴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스승의 날. 그래도 어김없이 올해도 왔다. ‘아직은 있는’ 스승의 날을 슬기롭게 보낼 방법은 없을까?

“교육 현장이, 공교육이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제안하는 정책 요구를 개인의 투정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스승의 날이 되면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선생님들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습니다.
기념식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스승에 감사하자는 식으로 많이 흘러가고요. 이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 드리고 감사하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들에게 ‘학교 상황이 어때요’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묻고 경청하는 스승의 날이 필요합니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이 13일 서울 강서구 전교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13 ⓒ민중의소리

오는 28일은 35주년 전교조 창립일이다.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냐”던 서슬 퍼런 시절 1700여명의 해직을 감내하며 새로운 교육의 첫 문을 연 날이다. 해마다 이즈음 열리는 전국교사대회가 25일에 열린다. 이 대변인은 서이초 사태 이후 열리는 첫 전국교사대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요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 정부 대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입법 등 추가 개선안을 요구하는 교사대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전날인 일요일에도 업무 때문에 청주의 집 대신 지방 출신 간부들을 위한 서울 숙소에서 잤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보이던 깔끔한 모습 대신 수염으로 얼굴이 거뭇거뭇하고 까칠해 보였다. 아침회의를 마치고 바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도중에 양해를 구하고 급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15일에도 바쁠 듯한 그가 대변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사회가 경청하는 스승의 날이 되길,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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