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방탄’ 논란 검찰 인사, 특검법 설득력만 높였다

법무부는 13일 전격적으로 검사장급 이상 39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는 총선 전부터 예정됐던 정기인사라는 입장이지만, 검찰 안팎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수사를 겨냥한 ‘방탄 인사’라는 정황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의 핵심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다.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 발령을 받은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 등 김건희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빈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변인으로 있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측근을 내몰고 최측근을 앉힌 형국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14. ⓒ뉴시스


야당 압승으로 총선이 끝나 특검법 재추진이 눈앞에 다가오자 이제라도 김 여사를 소환조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검찰 내에서 일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송 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여사 수사에 활기가 도는 분위기였다. 이 총장은 4개월 남은 임기 안에 주가조작 수사도 마무리할 의지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7월로 예정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2심 선고 뒤 수사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총장의 ‘신속·엄정수사’ 지시 11일 만에 송 중앙지검장을 포함해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되면서 수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인사에서 이 총장이 ‘패싱’ 당한 점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총장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됐고, 법무부에서 인사 대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표를 내도록 종용했다는 정황도 흘러나왔다. 결국 이 총장이 지방검찰청 순시 도중 인사 발표가 나 이 총장은 순시를 중단하고 귀경한 뒤 다음 날 일정을 취소했다. 이번 인사에 총장의 수족이라 할 대검 부장 7명 중 외부 개방직을 제외한 6명이 포함됐다는 점을 보면 ‘총장 패싱’은 더욱 명백하다. 결국 이 총장은 인사 다음 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 질문을 받고 ‘7초의 침묵’으로 무언의 항의를 했다. 인사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함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이번 인사로 인해 검찰 내에서 의미 있는 항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으로 인맥을 속속들이 장악하고 있다. 패싱을 당한 이 총장이나 전보조치된 송 중앙지검장 모두 ‘윤석열 사단’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숙청의 성격보다는 보다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총선 결과를 보고 수사를 전혀 안 하는 방식은 어렵고 뭔가 안심할 사람도 있어야 되는 상황이 맞물린 것”이라며 “더 안전한 상태를 구축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인사 과정에서 의견이 묵살된 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검찰이 조직적으로 항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자료사진 ⓒ뉴스1

그러나 이번 인사는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는 강력한 명분을 제공했다. 검사장급에 이어 중간 간부 인사도 조만간 이뤄지면,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물갈이 된다. 이미 검찰이 수사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신뢰를 잃은 마당에 애써 수사하는 움직임을 보이던 지휘 라인이 교체됐으니 수사가 신뢰를 확보하기는 난망하다. 여당에서도 이런 우려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김용태 의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통령이)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다”면서 “검찰 인사교체는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국민들께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뒤늦게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꾸리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지 며칠 만에 수사팀이 교체됐다”며 “지금 수사를 덮는다고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돌출적이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쓴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는 글도 ‘김건희 방탄 인사’를 인정하는 꼴이라 결과적으로는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영수회담과 기자회견 개최 등 소통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민정수석 부활과 검사 출신 김주현 전 차관 임명, 연이은 검사장급 인사를 통해 ‘김건희 방탄’에 몰두하고 있다는 집중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야당이 밀어붙일 김건희 특검에 여론의 동조까지 실리면, 대통령 거부권만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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