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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검찰, 행정부 일개 외청이 사법부를 무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자료사진) 2022.06.03 ⓒ민중의소리

행정부 조직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는 정부조직법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다음으로 행정 각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다음이 법무부다.

법무부에 관한 정부조직법 제32조를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은 행정부의 일개 외청


결국, 검찰청은 법무부 소속의 외청(外廳)이라는 얘기이다.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기상청 등등의 외청과 같은 위상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검찰청 앞에는 ‘대’자가 붙어서 대검찰청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대경찰청, 대국세청은 없는데, 대검찰청은 있는 것이다. 이것부터가 문제이다. ‘대검찰청’에서 ‘대’자를 빼야 한다.

아마도 검찰은 ‘대법원’을 의식해서 ‘대검찰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외청이 사법부와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은 특권의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검사는 특권의식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신의 직무에 대한 만족감으로 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검찰조직은 완전히 다시 태어나야 한다. 검찰청이 행정부의 다른 기관보다 우위에 있다는 식의 발상이나, 사법부와 동급이라는 발상은 뿌리부터 뽑아내야 한다.

사법부의 정보공개 판결도 무시하는 검찰


이런 형식적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사법부의 판결을 따를 의무가 있는 행정부의 일개 외청이다. 그런데 검찰은 사법부가 내린 판결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집행된 부분에 대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2023.06.23. ⓒ뉴시스

필자는 작년 4월 13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일부 공개하라는 판결이었다. 그래서 작년 6월 23일부터 자료공개가 시작됐다.

그런데 필자는 지난 5월 16일 또다시 대검찰청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사법부의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이 있고, 그 판결에 따라 일부 자료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6월 이후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웃기는 것은 2023년 4월까지의 자료에 대해서는 이미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통보를 해 놓고, 2023년 6월부터는 자료공개를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검찰이 내세운 정보공개 거부사유는 2가지이다. 하나는 특수활동비 정보가 공개되면 범죄수사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미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에 의해 기각된 주장이다. 그런데 동일한 비공개사유를 내세우며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다른 하나는 새롭게 들고 나온 사유인데, ‘사무감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자료공개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공공기관들은 예산을 집행하고 나면 내부감사든 외부감사든 받을 수 있다. 그것을 핑계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억지이다. 필자가 숱하게 정보공개청구를 해 봤지만, 이런 식의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처음 봤다.

대검찰청의 정보비공개 결정 통지서

대검찰청의 정보비공개 결정 통지서 ⓒ하승수 제공

검찰의 방탄 비공개. 법무부도 비공개


검찰이 2023년 6월 이후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아마도 이원석 검찰총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3년 6월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뿌린 사실이 ‘뉴스타파’의 보도로 드러난 바 있는데, 그 시점부터의 자료에 대해서 비공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의 행태는 특수활동비 오·남용을 은폐하기 위한 ‘방탄 비공개’로 볼 수밖에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14. ⓒ뉴시스

게다가 법무부도 ‘2017년 이후의 법무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는 청구에 대해 정보공개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어 있는데, 수사를 직접 하지도 않는 법무부가 특수활동비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5월 16일 필자는 법무부를 상대로도 소장을 접수했다.

이런 검찰과 법무부의 비밀주의 행태는 안하무인식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소송을 통해서 하나하나 깨고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22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는 그동안 드러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각종 불법의혹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판결조차도 무시하는 오만한 검찰을 진정으로 개혁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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