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시작된 지 어언 20여 년인데,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유력 정치인이 대놓고 상남자 운운한다. “나 상남자야!” 이러면서 온갖 똥폼을 잡는데 어디 쌍칠년도에서 사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정치인이 과거 젊은 시절에는 강간도 모의했단다. 이런 미친! 강간을 모의하는 게 상남자냐? 파렴치범이지. 홍준표 대구시장님, 어디 보세요? 지금 너님 이야기 하는 겁니다.
홍 시장 말이 “자기 여자 보호 하나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란다. 말의 논리를 떠나 남자는 여자를 보호하는 존재라는 우월의식, 그리고 그 우월의식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남성 중심 세계관이 물씬 느껴진다. 그런데 여보세요. 우리 딸이 그럽디다. 너 같은 님한테 보호받고 싶은 생각이 엿도 없으니 밤송이나 부지런히 까시라고요.
상남자 콤플렉스
인간이 겪는 몇 가지 콤플렉스 중 ‘마초이즘 콤플렉스’라는 게 있다. 마초(macho)란 스페인어로 남자를 뜻한다. 마초이즘 콤플렉스는 남성의 우월성을 과시하지 못하면 못 견디는 현상이다. 우리말로 하면 상남자 콤플렉스쯤 된다.
이 마초이즘 콤플렉스의 핵심은 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남자로 태어난 게 마치 여자를 지배하기 위한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이것을 콤플렉스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게 병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뜻이다.
‘우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심리가 대표적이다. 우는 게 어때서? 슬프면 우는 거지. 그런데 웃기게도 우리나라 남자 화장실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있다. 오줌은 당연히 흘리면 안 되는 거고, 거기서 눈물이 왜 나오나?
“남자는 태어나면 세 번 우는데···”로 시작하는 코미디도 그런 종류다. 나는 지금까지 운 적이 3,000번 정도 된다. 그게 뭐? 슬프면 우는 거지. 심지어 작년에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난 거의 두 시간 동안 엉엉 울었다.
사거리에서 길을 못 찾아 헤맬 때 “싸나이는 직진이지” 이 지랄 하는 애들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아니, 길을 모르면 물어보던가? 뭣도 모르고 직진하면 너만 피곤해지는 거 아니냐? 가위바위보 할 때 “남자는 주먹이지!” 이러면 비웃음도 안 나온다. ‘저쪽이 보자기 내면 넌 져 이 븅딱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도대체 왜 이런 비이성적 감성이 퍼질까? 콤플렉스 때문이다. 울면 남자답지 못하게 보인다는 콤플렉스, 길을 모르면 창피하다는 콤플렉스, 이런 게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심성이 나약하거나 불안증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이런 엉뚱한 과시욕에 유혹을 많이 받는다.
문제는 뭐냐? 이런 사람들이 그냥 멍청하기만 하면 다행인데 여성을 깔보고 비하하는 것을 넘어 폭력을 휘두른다는 데 있다. 용맹성, 공격성, 호전성 같은 것을 남자다움으로 착각하는 이 콤플렉스 덩어리들은 말로 해결할 일을 주먹부터 내지른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기본적 상식이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성추행, 성폭력을 죄의식 없이 저지른다.
마치스모(Machismo)라는 스페인어가 있다. 원래는 ‘남자다움’ 혹은 ‘남성성’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중남미 특유의 남성 중심 문화와 결부되면서 이 단어가 상남자 콤플렉스에 쩔어있는 남자들의 폭력성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마치스모 문화가 어떤 폐해를 낳았느냐? 2010년대 초반 이 문제가 극심했을 때 UN여성기구는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15초에 한 명씩 여성이 폭행을 당한다”고 발표했을 정도였다. 이 기구에 따르면 당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장 빈번히 자행되는 나라 25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상남자 콤플렉스는 이런 범죄를 유발한다. 상남자 연하는 놈들은 죄책감도 없다. 중남미 국가들의 여권 신장 역사는 이 마치스모를 극복하는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혼자서 바위 내고, 혼자서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걔만 멍청한 건데, 남을 죽이고 때리고 성폭행하고 이런 범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니 문제인 거다.
홍준표가 상남자?
자, 이까지 읽으신 분들은 분명히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으실 거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옹호한답시고 “모름지기 상남자라면 자기 여자를 지켜야” 뭐 이러고 자빠지신 대구시장 홍준표 님. 이 님이 젊었을 때 강간을 모의했다는 사실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앞에서 적은대로 이런 상남자 콤플렉스 환자들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다.
홍준표 시장이 젊은이들한테 인기가 있다는데, 나는 이 사실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홍 시장은 자기 입으로 “남자가 어떻게 설거지를 하나? 나는 집에서 집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라고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남자가 어떻게 설거지를 하냐니? 수세미에 퐁퐁 짜서 열심히 그릇 문질러야지. 지가 처먹은 밥그릇 지손으로 씻지도 못하는 게 상남자냐? 왜, 세수도 반려자한테 해 달라 그러지? 아니, 잘하면 똥도 대신 닦아 달라 그러겠다?
이 사람의 상남자 콤플렉스는 끝이 없다.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눈이 시릴 정도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인간은 절대로 인간 자체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는 바깥 일, 여자는 집안 일, 이런 개떡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이 일어나서 출근하고 하루 종일 노동한 뒤 집에 돌아와 밥 짓고 빨래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의 설움을 어찌 알겠나?
나는 홍준표 시장이 세탁기를 어떻게 돌리는지 모른다에 홍 시장 월급을 모조리 걸겠다. 세탁기 돌리는 방법은커녕 공관에 있는 세탁기가 통돌이인지 드럼인지도 모를 거다. 인간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는 거다. 이런 사람이 광역시장을 하고, 대통령에 도전한다고? 진짜 엿이나 까서 잡수시라 그래라.
내 경험상 이런 상남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환자들 중 진짜로 용감하고, 진짜로 자기 주변을 보호하며, 진짜로 사람들을 위하는 사려 깊은 사람 하나도 못 봤다. 정작 조금만 살펴보면 이런 사람들은 전부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들이다.
홍 시장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설전을 벌일 때 임 회장이 홍 시장의 강간모의를 언급하자 자기의 SNS에 “그냥 팍 고소해서 집어 넣어버릴까 보다. 의사 더 이상 못하게”라고 적은 적이 있다. 봐라, 이런 사람은 입만 살아가지고는 엄청 센 척은 하는데 정작 고소는 못한다.
고소하면 ‘홍준표와 강간모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법정 논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 용기가 이 환자분에게 있겠나? 보통 이런 사람은 “넌 입만 살았어”라고 지적하면 또 발끈한다. 이 기사를 혹시 홍 시장이 본다면, 제발 좀 발끈해서 강간모의를 언급한 나도 고소하기 바란다. 홍준표와 강간모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나와 빛나는 법정 논쟁을 벌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