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가 기후 변화의 장기적 경제적 영향을 추정하는 연구에서 기후 변화의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이래, 지구 온난화가 1도씩 진행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인 1%에서 3%씩 위축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지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고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훨씬 크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그 합의가 깨지기 시작하더니, 이번 주에는 그런 정설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논문을 미국 전미경제연구소가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는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6배 더 심각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부의 축소비율이 지속적인 영구 전쟁의 재정적 손실 수준과 같을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 기온이 1℃ 상승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예전 연구 결과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세계는 이미 산업화 이전부터 1℃ 이상 따뜻해졌으며, 많은 기후 과학자는 화석 연료의 지속적인 연소 때문에 금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이 3℃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번 연구는 그것이 막대한 경제적 비용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는 지구의 기온 상승이 3℃에 이르면 ‘2100년까지 생산, 자본,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와 50%를 넘을 것’이라며 이런 경제적 소실이 ‘영구 전쟁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경제학자 디에고 칸지그와 함께 논문을 쓴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아드리안 빌랄은 경제 성장이 여전히 일어나겠지만 세기말에는 사람들이 기후 변화가 없을 경우보다 50% 더 가난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소득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면 어떨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빌랄은 또한 지난 50년 동안 지구 온난화가 없었다면 사람들의 구매력이 이미 지금보다 37% 더 높아졌을 것이라며,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 이런 부의 손실이 전시 기간 동안 흔히 볼 수 있는 경제 유출과 비슷하게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빌랄은 전쟁과의 비교는 소비와 GDP의 얘기일 뿐, 전쟁으로 인한 모든 고통과 죽음이 중요한 것이며 이 분석에는 포함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고 하면서도 이번 연구로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이 알던 것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이번 연구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 비용을 달러로 환산한 ‘사회적 탄소 비용’은 1톤당 1,056달러인데,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190달러의 다섯 배가 넘는 높은 수치다.
빌랄은 개별 국가 단위의 분석이 아닌 전 세계를 보는 ‘전체론적’인 시각을 취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폭염, 폭풍, 홍수 등 작물 수확량과 노동자 생산성, 그리고 자본 투자를 감소시키는 기후 위기 현상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천착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콜롬비아 대학교의 기후 경제학자 게르노트 와그너는 한 발 물러서서 지역적 영향을 지구 기온과 연결시킨 이번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며 예상대로 이번 연구가 다른 연구로 계속 뒷받침된다면 지금까지의 기후 변화 추정치가 크게 변해야 한다고 했다.
빌랄과 칸지그의 논문에 따르면 기후 위기의 경제적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놀라울 만큼 균일하겠지만, 저소득 국가는 낮은 부의 수준에서 출발한다. 이는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아무리 많이 줄여도 기후 변화는 여전히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이미 불가능해 보이지만,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목표인 1.5℃로 그치더라도 세계적인 GDP 손실은 약 15%에 이른다고 한다. 빌랄은 15%도 상당한 손실이라며 ‘경제는 성장할 수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보다 덜 성장할 것이다. 이 현상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겠지만, 그 영향이 닥치면 매우 아프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 앞서 지난달에 발표된 논문은 향후 26년 후면 지구의 평균 소득이 기후 위기가 없을 때와 비교해 거의 20% 적을 것이며, 기온 상승, 폭우, 더 빈번하고 격렬한 극한의 날씨 때문에 세기 중반까지 매년 38조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의 영향을 억제하는 데 큰 비용이 들겠지만, 기후 변화 자체의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와그너가 강조하듯 기후 변화를 억제하지 않는 것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