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길 건너편에는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청년·대학생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이란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긴급행동 제안자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5월 안에 반드시 특검이 공포되어야 한다. 통신자료 보존 기한이 1년이기 때문이고, 이 시기를 놓치면 모든 자료가 사라져 지금까지 그래왔듯 증거인멸 시도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에서 재표결이 이뤄지더라도 특검법이 공포될 수 있도록 이 같은 긴급행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휴가 나온 해병대원이었던 곽재헌 씨 “복귀할 때 어머니가 한 말, 잊히지 않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행동하는 경기대학생연대’의 곽재헌 씨는 지난해 여름 해병대에서 복무하고 있었다. 윗선의 지시로 故 채수근 상병이 구명조끼 없이 빨간 해병대 티셔츠만 입고 범람한 하천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다가 물에 휩쓸려 숨졌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올 무렵, 그는 전문하사를 자원해 복무를 연장하고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복귀하기 전, 그의 어머니는 “지금이라도 복무연장을 취소하고 전역을 하면 안 되느냐”면서 군 복무를 말렸다고 한다.
곽 씨는 “그때 어머니가 저에게 했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또 “만약 (당시) 제가 휴가를 나가지 않았다면, 채 상병은 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언론보도를 접하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 의문은 “왜 기사 속에 나오는 수색 중인 해병들은 구명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을까”였다. 곽 씨는 “사단장이 원했던 것은 빨간 옷 입은, 누가 보아도 해병대인 대원들이 실종자를 찾아내고 그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칭찬받고 자기 군 생활 실적을 쌓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결국 남은 것은 동료가 실종된 현장에 주저앉아, 그리고 (동료의) 영결식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는 동료 대원의 모습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채 상병 사건과 수사방해 및 은폐 사건은 “부하의 목숨보다 자기들의 안위와 위신이 먼저인 사단장 사령관과 군인은 물론이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데 관심 없는 대통령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일갈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 정원철 회장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도 없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 정원철 회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할 것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윤 대통령에게 할 말도 없다. 윤 대통령은 원래 그런 분이니, 그분과 대화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보여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야당에 “이탈하는 표 없이 동참해 달라”고 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 일은 해병대만의 일이 아니다. 청년의 일이다. 군에 다녀온 예비역, 군에 가야 하는 청년들, 그리고 내 이웃의 일”이라며 “관심 가져 달라. 청년이 목소리를 내 달라. 군에 가족을 보내봤고, 군에 가족을 보내야 하는 분들은 이 일을 등한시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이날 발생한 육군 수류탄 사고를 언급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육군 32사단에서 진행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훈련병 한 명이 숨지고, 훈련을 지휘하던 소대장이 중상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정 회장은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투명한 군 사망사고 처리는 계속해서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