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가 21일 세종 정부종합청사 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차등작용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21일, 돌봄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차별적용 시도에 분노하며 고용노동부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이미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노동자의 현실을 전하며,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노동은 값싼 노동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영계를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돌봄 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제시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지희 씨는 “어르신 한 분을 하루 3시간 한 타임 근무할 때 월급은 70여만원, 2타임을 근무하면 150만원 정도 된다. 방문재가는 다른 수당 없이 최저임금을 받는 구조”라며 “지금도 저임금인데 최저임금마저 차별하겠다는 것은 돌봄요양보호사의 인건비만을 후려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설요양보호사인 진은정 씨도 “어르신이 생활하는 요양원은 보통 3교대 또는 2교대로 근무한다. 낮에는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돌봐야 하는 어르신은 7~8명에 이르고, 밤에는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20~30명의 어르신을 돌봐야 한다”며 “고된 노동강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요양보호사는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진 씨는 “최저임금도 모자라 이제는 차별적용이라니,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돌봄노동의 가치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 분노한다”며 “돌봄노동의 인력난 해소 방안은 아주 간단하고 명백하다.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 그 첫걸음에 최저임금 인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돌봄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돌봄 노동자를 추천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전지현 위원장도 그중 한 명이다. 전 위원장은 “임금과 처우가 너무 낮은데 고강도 감정노동까지 더해져 인력난이 생겨난다. 그래서 대책을 내오라는데, 임금을 더 깎겠다,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겠다고 한다”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차별하겠다는 것은 최저임금조차도 안 되는 업종으로 낙인찍는 것이며 업종의 가치를 폄훼하고, 사회적으로도 인권침해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최저임금조차도 못 받아도 되는 업종은 없다”며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의 목적대로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고, 업종별 차별적용은 절대 논의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에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 수준 안정과 더불어 업종·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구분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 사회적 요구”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자위원인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더 이상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길 바란다”며 “오히려 지금의 최저임금법이 시대와 맞지 않는 업종별 차별 적용, 수습 노동자 감액 적용, 장애인 노동자 적용 제외 등 차별 조항에 대해 이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노동자 위원들은 그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는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내달 4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