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페스티벌의 시간이 돌아왔다. 먼저 더 글로우와 비저비트 페스티벌이 4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열렸고, 한 달 뒤인 5월 11일과 12일에는 뷰티플 민트 라이프가 피어났다. 그 사이 KT&G 상상실현 페스티벌, 러브썸, 대구 힙합페스티벌,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 원더랜드 피크닉도 다녀갔다.
남은 페스티벌은 훨씬 많다. 더 에어 하우스(5월 24일~26일, 남이섬), 블루 스프링 페스티벌(5월 26일, 프로보크 서울), 서울재즈페스티벌(5월 31일~6월 2일, 올림픽 공원), 피크 페스티벌(6월 1일~2일, 난지한강공원),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6월 7일~9일, 파라다이스 시티 일대), 플레이!재즈 페스티벌(6월 8일~9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6월 15일~16일, 고석정 일대), 톤앤뮤직 페스티벌 2024(6월 15일~16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6월 15일~16일, 서울랜드),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6월 15일~16일, 난지 한강공원), 아시안 팝 페스티벌(6월 22일~23일, 파라다이스시티),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6월 29일~30일, 올림픽공원), 해브 어 나이스 트립(7월 27일~28일, 킨텍스 제2전시장),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8월 2일~4일, 송도달빛축제공원), 전주세계소리축제(8월 14일~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2023 DMZ PEACE TRAIN l AFTERMOVIE
앞으로 열릴 음악 페스티벌들은 연달아 라인업을 발표하고 티켓 예매를 시작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중단되었던 음악 페스티벌은 지난해 완전히 부활했다. 오랜 기다림을 폭발시키듯 관객들이 몰려왔고, 실내외에서 음악의 성찬을 만끽했다. 세계적인 팝스타는 필요하지 않았다. 국내외에 좋은 음악인은 충분히 많았다. 해외의 유명 음악인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를 따졌던 시대는 지나갔다. 아직 내한공연을 펼치지 않은 음악인이 많지만, 내한공연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음악 페스티벌에서 중요한 건 라인업만이 아니라 컨셉트와 분위기이기도 하다. 음악팬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가지만, 열혈 음악팬들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은 하나도 없다. 남다른 재미와 분위기가 있다는 소문이 나야 일반 관객들이 움직이고 페스티벌이 성공한다. 그렇다면 올해 음악 페스티벌은 어떨까.
무수한 음악인들로 꽉 채운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올해에도 흥행에는 성공할 분위기다. 반면 재즈 음악인들만으로 구성한 새 재즈 페스티벌, 플레이! 재즈 페스티벌은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낼까. 재즈 팬들은 이 곳에서 다른 재즈 페스티벌의 시작을 선언할 수 있을까. 독특한 분위기와 라인업으로 관심을 끌어온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 김수철, 실리카겔, 어어부프로젝트, 더 오브(The Orb)를 비롯한 국내외의 관록과 패기 넘치는 라인업을 발표했다. 여느 페스티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을 안겨주는 이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페스티벌이 음악의 감동으로 전쟁과 죽음의 시대를 이겨낼 희망을 안겨주기를 기대해본다. 유일무이한 페스티벌에 거는 바람이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아시안 팝 페스티벌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의 일원임에도 아시아의 음악을 충분히 만나지 못했던 오랜 갈증과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벳커버!!(betcover!!), 사카모토 신타로(Shintaro Sakamoto), 수요일의 캄파넬라(WEDNESDAY CAMPANELLA), 카네코 아야노(Kaneko Ayano), 패트롤즈(Petrolz)만이 아니다. 재퍼니스 브랙퍼스트(Japanese Breakfast), 노 파티 포 차오동(No Party For Cao Dong) 같은 음악인들이 김창완밴드, 넬, 백예린, 브로콜리너마저, 세이수미, 아도이, 이랑, 이진아 등과 함께 만들 무대는 우리가 어떤 음악을 놓치고 있었고 어떤 지역을 외면했는지 깨닫기 이전에 음악의 멋과 아름다움으로 공명하게 할 것이다. 세계를 확장하는 떨리는 만남을 외면할 권리는 없다.
턴스타일(Turnstile), 킴 고든(Kim Gordon), 잭 화이트(Jack White), 걸 인 레드(Girl in Red), 라이드(Ride)를 불러온 올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라인업에는 미리 환호를 보내는 팬들이 많다. 록 페스티벌다운 해외 라인업이다. 게다가 새소년, 실리카겔, 잔나비, 이승윤의 면면은 지금 한국 최고 록스타를 한 자리에 모은 격이다. 여기에 램넌트 오브 더 폴린, 다크 미러 오브 트래저디 같은 극강의 헤비메탈 밴드까지 포진했다. 라쿠나, 웨이브 투 어스, 미역수염, 파란노을, 한로로, 놀이도감, 세이수미, 지소쿠리클럽은 한국 록의 현재이며 미래 아닌가. 껌엑스, 브로콜리너마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글렌체크, 선우정아, 이상은이라는 친숙한 이름이 뒤를 받치고, 추다혜차지스가 유혹하는 페스티벌 라인업은 한국 페스티벌 라인업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라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어느새 국내 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수가 늘고 장르가 세분화되고 타겟이 명확해지지만 유사한 컨셉트도 늘어났다. 어떤 페스티벌은 계속되겠지만, 어떤 페스티벌은 서둘러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라이브 영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이 몰리는 페스티벌을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보지 않았던 경험, 만나보지 않았던 쾌감을 맛보기 위해 페스티벌을 찾는 음악팬과 페스티벌 마니아가 새롭게 등장하는 모습은 페스티벌이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마력을 증거한다. 그 곳에 가면 다른 공기룰 숨 쉴 수 있고, 함께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이들은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역사를 다르게 이어가는 원동력이다. 이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역사는 새로운 음악인과 새로운 관객들이 다시 쓰고 있다. 그 변화를 체험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페스티벌이든 가볼 일이다. 올해 5월부터 여름까지 우리는 어느 페스티벌에서 서 있을까. 어느 페스티벌에서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