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인권위 조사보고서 무시한 군인권보호관, 공수처에 수사의뢰돼

군인권센터, 채 상병 사건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 원문 공개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 1면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논란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보고서 전문을 공개하며, 조사결과와 상반된 결정으로 인권보호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는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의뢰했다. 공개된 두 권의 인권위 보고서에는 박정훈 대령이 부당한 외압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조사결과가 매우 상세히 담겨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22일 서울 마포구 센터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렇게 상세한 조사결과보고서를 보고도 이를 다 무시하고 기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의결 절차를 뛰어넘는 해당 행위는 직권남용이 명백하다는 게 우리가 자문을 구했던 법조인들의 공통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소·고발하지 않고 수사의뢰한 이유는 “김 보호관이 (주요 수사대상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내용과 이 건에 연루된 사람이 인권위·국방부 직원들도 있다는 점 등을 광범위하게 수사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른 죄목도 소상하게 판단해봐야 할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 공개 ⓒ민중의소리

주요 수사 대상과 통화 뒤 입장 바꾼 김용원
조사결과보고서 내용 무시하고 진정사건 기각
“이자는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


지난해 7월 31일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한 해병대수사단의 언론브리핑이 갑자기 중단되고,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기록을 그해 8월 2일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는 등의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김 보호관은 자신의 명의로 우려 성명까지 발표했다. 당장 해병대수사단 수사 자료를 남김없이 다시 경찰에 재이첩해야 하고, 즉각 수사외압에 굴하지 않고 수사결과 그대로 경찰에 이첩했던 해병대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한 수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이었다. 게다가 그해 7월 21일 채 상병 장례식에서 박정훈 대령에게 ‘사망원인 범죄를 규명할 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조언까지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가 국가인권위에 그해 8월 14일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진정과 긴급구제조치를 제기·신청한 이유였다.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된 인권위 상임위원이더라도 인권보호 시각에서 사건을 처리해 주리라 믿은 것이다.

하지만, 김 보호관의 태도는 돌변했다. 돌변한 시점은 수사외압 사건의 주요 수사 대상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였다. 김 보호관은 지난해 11월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한 사실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다가 계속되는 추궁에 “언제인지는 기억할 수 없고, 통화를 한 사실은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리고 이후 나온 통화 일정을 조율한 관계자 증언 보도에 따르면, 김 보호관과 이 전 장관이 통화한 시점은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신청이 제기된 8월 14일이었다.

2023년 11월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고민하고 있는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이후 김 보호관은 해당 긴급구제 안건을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하게 방해하고, 2명(김용원·한석훈 위원)의 여권 추천인사와 1명(원민경 위원)의 야권 추천인사로 구성된 군인권보호소위원회에 배당케 한 뒤, 기각시켰다.

다만 진정사건 조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18일 제출된 해당 조사결과보고서의 1면을 보면, “‘故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관계자에 대한 부당한 수사 및 징계’에 관한 진정사건을 2023년 12월 27일 개최 예정인 제14차 군인권보호위원회에 인용안건으로 상정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조사관들은 해당 보고서에 박정훈 대령이 인권침해를 당한 것이 맞으니 해당 사건을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시한 것이다.

하지만 김 보호관은 지난해 12월 27일 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미뤘다. 그래서 조사관들은 해당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1월 17일 다시 제출했고, 올해 1월 30일이 되어서야 해당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 절차가 진행됐다.

조사보고서에는 매우 상세한 조사내용과 명료한 판단이 담겨 있었다.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 소결 ⓒ군인권센터

보고서 소결 부분을 보면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 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故 채 상병 순직사건을 총괄 지휘하던 이 사건 피해자가 언론브리핑 취소부터 사건 이첩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수사에 대한 부당한 외압으로 느꼈을 만한 정황이 상당하여 정당한 명령이 될 수 없다”면서 “그에 저항하여 법률과 규정에 따라 故 채 상병 순직사건 경찰 이첩을 실행한 행위를 항명죄로 의율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 “이 사건 피해자가 집단항명수괴자의 혐의를 받아 수사가 시작된 이후 보직 해임되고 이후 항명죄 혐의로 변경되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아 기소되기에 이른 현재 상황은, 피해자의 정당한 직무상 권리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과 규정에 따라 정당한 직무를 수행한 피해자에게 위법·부당한 지시를 인정할 것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피해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나아가 故 채수근 상병의 순직사건 진실규명을 염원하는 유족의 알권리 및 신원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이 이러한데도 구성원 3명 중 2명이 여권 인사인 군인권보호소위는 보고서 내용을 전부 무시하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원민경 위원이 기각에 반대하고, 3명의 위원 의견이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했으니 통상적인 인권위 의사진행방식에 따라 전원위원회로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했으나, 김 보호관은 이 같은 의견을 묵살했다. 그리고 해당 진정사건을 표결 방식으로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인권위에서 진정사건이 기각됐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대국민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꺼내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 내용과 김 보호관의 수상한 행보 등을 언급하며 “이자는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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