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에서 신병교육을 받던 훈련병이 일명 '얼차려'라고 불리는 군기 훈련을 받다 숨졌다. 입대한 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일주일 전에는 세종시에서 신병교육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이 사망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6명의 훈련병이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는데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다른 훈련병들이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완전군장을 차고 팔굽혀펴기, '선착순' 뛰기도 실시했다는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
얼차려는 군기 확립을 위해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일종의 벌칙으로 그 기준이 육군 내부 규정에 상세히 정해져 있다.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가능하고, 걷더라도 1회 1㎞ 이내, 최대 4회까지 가능하다. 또, 얼차려는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여 실시하게 되어 있으며, '구두 교육을 하였음에도 시정되지 않거나 동일한 잘못을 반복한 경우 등'에 한해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한 얼차려를 강행했는지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고, 관련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육군도 "군기 훈련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며 민간 경찰과 함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또 다른 우려를 남겼다. 25일 훈련병이 사망했는데 언론에 공개된 26일 밤까지 쉬쉬했던 점이나,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조사 단계'라며 각 언론사에 이 사건과 관련된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한 점 때문이다. 특검법 재의결이 예정된 '채상병 사망 사건' 발생 당시에도 국방부는 수사가 아니라 조사라고 우기며 혐의대상자에서 사단장을 제외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에 골몰했던 전력이 있다. 군 당국이 이번에도 상황을 모면해 보려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군에서 인명 사고가 터질 때마다 '어떻게 안심하고 군에 자녀를 보낼 수 있겠냐'는 국민들의 걱정이 나온다.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하지 않는다면 비극을 멈출 수 없다. 군 인권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