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은 ‘채상병 특검법’이 끝내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당론 부결’ 방침을 강하게 밀어붙여 재의안을 부결시켰다. 대통령을 향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는 와중에 여당은 오직 ‘대통령 방탄’에 골몰했다. 진실을 밝히라는 민심을 외면한 후과는 대통령과 여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28일 국회 본회의에 여야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재적의원 295명 중 29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가 나왔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규정에 따라 재의안은 부결됐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소신 투표’를 선언해 이탈표 규모에 이목이 쏠렸으나, 당론을 거스르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긋남 없이 단일대오로 함께 해줬다”고 했다. 맞다. 어긋남 없는 ‘방탄 단일대오’였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방탄하기 위해 민심을 외면했다. 국민 3분의 2가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은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대통령이 총선 낙선, 낙천자들을 만나 사실상 부결을 요구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부결 당론 채택을 종용했다. 국민과는 담을 쌓고 자신들끼리 ‘의리’를 지키겠다는 세력이 과연 국민들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특검법이 부결된 이날 윤 대통령이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당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 있었던 지난해 7월 31일 이 장관이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채상병 특검법’이 발의된 이유는 ‘VIP 격노설’ 때문이었다. 이제 그 정황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행사한 게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헌법 가치를 훼손한 행위임이 드러나고 있다. 재의결 부결에 ‘방탄 단일대오’로 함께 한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야권은 약속대로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과정이 오히려 특검을 도입해야 할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해줬다. 정권과 여당의 행태를 본다면 공수처 수사만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민심을 외면하고 헌법을 무너뜨리는 세력을 향해 ‘탄핵 여론’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총선으로 전해진 민심을 걷어찬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보여준 바 있다. 특검법 부결이 그 역사를 재현할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정부여당은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