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1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명대까지 폭락했다. 1년 중 최고를 기록하기 마련인 1분기 합계출산율 성적이 이토록 처참하다면 올 한 해 전체를 놓고 보면 합계출산율이 0.68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죽어가고 있다. 출산율이 거의 수직으로 곤두박질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높은 주거비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다수의 레거시 미디어는 집값의 하향안정화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도리어 신뢰도도 미심쩍은 통계를 들고 와서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에 거의 근접했다며 시장참여자들을 호객 중이다. 부동산시장 살리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해가 되는 보도들을 거침없이 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을 보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 1분기 합계출산율
5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보다 3994명(6.2%) 감소한 6만 474명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로 1년 전(0.82명)보다 0.06명 줄며 처음으로 0.8명 선이 붕괴됐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합계출산율은 전국 모든 시도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통상 출생아가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남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참고로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분기별로는 1분기 0.82명, 2·3분기 각 0.71명, 4분기 0.65명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계출산율이 급락하는 걸 알 수 있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에서 전망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이다.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간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고로 1분기 사망자 수는 9만 3626명으로 1년 전보다 4650명(5.2%)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사망률(조사망률)은 7.4명으로 같은 기간 0.3명 증가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1분기 인구는 3만 3152명 자연감소했다. 자연감소 폭은 1년 전(-2만 4509명)보다 더 확대됐다. 한편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3월 인구 자연증감은 –1만 1491명으로 53개월째 자연감소가 이어졌다.
연도별 1분기 기준 출생아수 추이는 한 마디로 ‘충격’과 ‘공포’다.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2020년 (73,595명, 091명), 2021년(70,125명, 0.88명), 2022년(68,339명, 0.87명), 2023년(64,468명, 0.82명), 2024년(60,474명, 0.76명)으로 추락 중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은 지금 죽어가는 중이다.
주거 불안이 저출산의 최대 원인 중 하나
대한민국에서 주거 불안이 저출산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 동향’에서는 20대의 32.7%, 30대의 33.7%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혼수비용·주거 마련 등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라고 꼽았다.
국토연구원은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택 매매가가 1% 오를 시 다음 해 출산율이 0.00203명 떨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전세가가 1% 오를 시에는 0.00247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가장 확실한 저출산 대책은 주거비를 낮추는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된 것이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 3월에 발표한 ‘2023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2년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6.3배로 나타났다. 주거실태조사에서 2022년 기준 서울 자가 가구의 PIR은 15.2배였다. 집값이 이렇게 높아서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높아질 도리가 없다.
집값 부양에 여념이 없는 레거시 미디어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주거비를 낮추는 것이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옳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들이 전고점 대비 98~99% 수준을 회복했다는 특정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의 리서치 결과를 대서특필했다. 특정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의 리서치 결과의 반례들이 무수히 많아 신뢰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레거시 미디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신뢰성도 낮은 이런 리서치 결과를 대서특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조바심을 일으키고 소비자들을 부동산시장으로 끌어들여 부동산 시장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대한민국의 장래는 도외시한 채 부동산시장 가격 유지에만 혈안인 레거시 미디어들을 보고 있자면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그 책임의 8할은 레거시 미디어에게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