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필자는 TV조선(주식회사 조선방송) 전무 방정오 씨가 대주주로 있는 드라마 제작사인 (주)하이그라운드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에 방정오 씨는 ㈜하이그라운드 지분 35.3%를 보유하고 있었다(현재는 29.1% 지분 보유).
이 사안은 권력과 기업을 감시해 온 필자로서는 문제를 인지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에도 이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은 극소수였다. 오히려 어떤 언론인은 ‘조선(일보)을 상대로 이렇게 해도 괜찮겠느냐’고 필자를 걱정해 주기도 했다
‘하이그라운드’를 둘러싼 의혹들
당시에 필자가 ‘하이그라운드’와 방정오 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2가지였다.
첫째, TV조선이 방정오 씨가 대주주인 ‘하이그라운드’에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부당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하이그라운드’에 2018년 109억 원, 2019년 191억 원, 2020년 251억 원의 일감을 몰아줬는데, 이는 하이그라운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였다.
둘째, ‘하이그라운드’는 방정오 씨가 관련된 영어유치원(컵스빌리지)에 19억 원의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업무상 배임’의 혐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2020년 7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한 지원행위’로 신고를 했고, 같은 해 8월 영어유치원(컵스빌리지)에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19억 원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고발을 했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처분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3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끌다가 2023년 12월 7일 무혐의 통지를 해 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거대 족벌언론 일가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무디기 짝이 없다.
싱가포르 법인으로 간 52억원을 또 떼여
그리고 방정오씨는 올해 들어 TV조선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하이그라운드’를 둘러싼 문제는 이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작년에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하이그라운드’에 대한 외부감사보고서를 찾아보고 다시 한번 ‘하이그라운드’의 문제를 확인했다. 2020년 당시에도 논란은 되었으나, 좀더 지켜보자고 했던 싱가포르 법인에 빌려준 돈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2020년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또 하나의 지점은 ‘하이그라운드’가 거액의 자금을 싱가포르에 설립한 법인에 대여해 준 문제였다. 싱가포르의 HIGROUND PTE. LTD 라는 법인에 52억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줬는데, 그 법인은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외부감사보고서를 보니, 그 대여금에 대해 전액 대손충당금이 설정된 것으로 나왔다. 전액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는 것은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어유치원에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19억 원에 이어서 또다시 거액의 돈을 떼였다는 것이다.
㈜ 하이그라운드 2023년 외부감사보고서 중에서
하이그라운드는 그렇게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다. 총자산이 202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618억 원 정도 되는 회사이다. 그런데 총 52억 원의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니, 일반 회사였으면 난리가 났을 일이다. 도대체 이 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의문의 소송들 진행중
그런데 올해 4월에 공개된 외부감사보고서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왔다. 하이그라운드가 위 52억 원과 관련된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적혀 있고, 사건번호까지 나와 있었다.
(주) 하이그라운드 2023년 외부감사보고서 중에서
그래서 법원의 사건검색 페이지에서 사건번호를 넣어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실제로 하이그라운드는 싱가포르 법인을 상대로 국내에서 61억 원이 넘는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인 HIGROUND PTE. LTD의 대표이사가 누구인지를 보니, 하이그라운드의 콘텐츠본부 총괄을 맡고 있다는 정00이라는 인물이 다른 정체불명의 인물과 함께 대표이사로 표시되어 있었다. 싱가포르 법인의 대표이사가 하이그라운드 내부 인물이고, 하이그라운드는 자기 회사의 내부 인물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을 피고로 소송을 진행중인 것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하이그라운드’는 HENRY HAN-WOONG LEE라는 인물 등을 상대로 미국 뉴욕의 법원에서도 대여금 반환소송을 하고 있는데, 이 소송의 정체도 알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반복돼
‘하이그라운드’는 드라마 제작을 하는 회사이다. 그런데 왜 거액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하이그라운드’의 대주주인 방정오 씨는 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양심적인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