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PB 우대 의혹...“알고리즘 조작” vs “고객 선호 반영” 쟁점은?

‘전체 PB상품 규제’ 우려도...공정위 “PB상품 금지 규제 아냐”

쿠팡 본사 자료사진 ⓒ뉴시스

쿠팡의 '자사브랜드(PB) 부당 우대 의혹'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제재 여부와 수위 등을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PB상품에 우호적인 상품 리뷰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상품 등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쿠팡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며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10일 공정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PB 상품 리뷰 및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달 중순 중에 쿠팡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에 대해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022년 3월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참여연대 등은 당시 "쿠팡이 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대한 조직적인 리뷰를 작성, 부당하게 PB상품 제조사들을 지원하고 반대로 다른 회사들을 차별 취급했다"며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를 차별하고 PB제품을 만드는 계열회사인 CPLB를 우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래조건 차별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45조 1항 등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기본적으로 '쿠팡 랭킹순'으로 정렬된 검색 결과가 나오는데, PB상품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임직원들이 PB상품에 좋은 리뷰를 작성하도록 쿠팡이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알고리즘을 설계한 쿠팡이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또 참여연대는 2022년 1월부터는 '쿠팡체험단이 작성한 리뷰'를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점도 고발 내용에 포함됐다.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1호가 금지하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에 해당되는 행위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참여연대 신고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쿠팡이 알고리즘 자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 측이 '쿠팡랭킹' 순위를 정하는 알고리즘의 기준과 무관하게 자사 PB 상품이 상위에 나타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순 등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처럼 속여 '쿠팡 랭킹'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을 통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 랭킹' 알고리즘에 대해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알고리즘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반박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 4월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임직원 상품평을 통해 PB상품을 검색창 상단에 노출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쿠팡 측은 "쿠팡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상품평뿐만 아니라 판매량, 고객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노출하고 있다"면서 "적법하게 '쿠팡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고객들에게 분명하게 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또 "온·오프라인 불문한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 이러한 유통업의 본질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사진. ⓒ뉴스1

쿠팡 "알고리즘에 의해 순위 노출"...참여연대 "알고리즘 공개해야 신뢰"


이 사건을 신고한 참여연대 측은 당시 발견된 쿠팡 PB 상품의 리뷰가 비정상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쿠팡에 리뷰를 남긴 한 사용자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40일 사이에 5회에 거쳐 마스크 600매, 고양이 모래 210ℓ, 장갑 630매를 구매하고 '실사용 후 만족한다'는 내용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일반 소비자로 보기에는 이례적인 소비 행태로, 쿠팡 등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공정경제분과장인 서치원 변호사는 "쿠팡은 관행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무료 체험단인지, 혹은 리뷰에 대한 대가를 받는지 등을 명확하게 표기 했야 한다"며 "지금은 쿠팡 측이 이런 행위를 정리를 한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일반 사용자의 진짜 리뷰인지, 쿠팡 직원이 남긴 리뷰인지 알 수 없는 방식이라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일정 수준까지는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변호사는 "쿠팡은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노출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거기에 반하는 결과를 보고 신고한 것"이라며 "알고리즘의 자세한 산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면서 추가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데, 공정하다고만 하니까 믿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이 이번 PB 우대 문제를 오프라인까지 끌어들여 전체 유통업에 대한 규제인 것처럼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장 특성이 다르다는 반박이 나온다.

서 변호사는 "오프라인 마트는 직접 육안으로 상품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고 PB상품인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소비자가 거기 등록된 제품을 다 둘러보는 게 아니라 노출되는 범위까지만 마트인 셈인데 그런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하지만, 모바일은 작은 화면상 제한되고, 소비자들은 사업자가 추천한 것을 구매하게 된다"면서 "그게 대형마트에서 따로 PB상품을 진열하는 거랑 다르다. 이건 쿠팡이 PB상품으로만 구성된 마트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쿠팡 PB 우대 의혹'에 대한 심의가 전체 유통업계의 PB상품을 규제하게 될 것이라면서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모든 PB상품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4일 해명 자료를 통해 "공정위 조사는 모든 PB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가 아니며, PB상품의 개발·판매 등을 금지하는 규제도 아니"라면서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 변호사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주면, 종전에 있던 관행이나 규칙을 무시하고 쿠팡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소비자가 싸게 사면 모든 게 괜찮은 건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에 대한 공정위 심의 결과에 예의주시하면서도, 오프라인 PB상품까지 영향을 미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PB상품은 직관적이고 온라인 유통처럼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다"면서 "유통업계로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쿠팡은 짧은 업력에 PB상품이 크게 성장했는데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쿠팡의 PB상품 우대 행위 중에서도 소비자 기만행위가 인정될 경우 쿠팡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쿠팡이 적극 반발하고 있는 만큼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거래법으로는 쿠팡을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기에 논란이 있는 등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사우대 행위뿐 아니라 이로 인해 경쟁사업자가 배제되는 효과까지 확인돼야 제재를 할 수 있다"면서 "반면 플랫폼법은 '선수·심판 겸직 금지'로 플랫폼이 경쟁자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쉽지 않고, 쿠팡은 분명 소송을 진행할 것 같다"면서 "플랫폼법이 없는 독점 규제 체제는 실기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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