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앞둔 서울대병원 찾은 중증질환자들 “생명 담보로 뭘 얻으려는 건가”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오늘 하루의 치료가 생명과 직결되는데…100일 넘게 기다린 결과가 전면 휴진이냐”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후문 앞에서 열린 전공의 집단 사직 관련 서울대 교수 무기한 전면휴진 중단을 촉구하는 중증질환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2. ⓒ뉴시스

“환자 생명과 ‘불법 전공의’ 처벌 불가 요구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 가치입니까”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중증질환자들이 애타는 심경을 담아 물었다. 이미 정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와 같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전면 취소’를 요구로 내세우며 전면 휴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도 집단휴진 조짐이 보이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진료 일정을 예약해 둔 환자들에게 진료 취소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폐암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식도암환우회 등 중증질환자 단체 6곳이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휠체어를 타고, 마스크를 쓴 채 거리로 나선 중증질환자들은 이미 100일 넘게 지속된 의료 공백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서울의대 교수 비대위가 발표한 무기한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췌장암 판정을 받은 암환자가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4.6.12 ⓒ뉴스1


변인영 한국췌자암환우회 회장은 “병원이 공백없이 운영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치료해 주지 않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느냐”라며 “4기 환자들을 호스피스로 내몰고, 긴급한 수술을 2차 병원으로 미루고, 항암을 연기하고, 수술을 미뤘다”고 그간의 상황을 전했다.

변 회장은 “점점 조여오는 죽음의 두려움 앞에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이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만, 그 결과가 교수님들의 전면 휴진이라고 한다. 진료 지연, 예약 취소, 수술 취소로도 모자라 동네 병원들까지 문을 닫겠다고 한다”며 “저희들의 생명을 담보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시는 건가. 대체 무엇이 생명의 가치를 넘어서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변 회장은 “중증질환자들은 오늘 하루의 치료에 향후 병의 경과와 생명이 직결돼 있다. 1, 2차 병원에 필수 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며 “그저 살다 보니 병을 얻게 됐는데,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해 병을 이겨내리라는 굳은 신념조차 무너져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해 달라. 부디 아픈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루게릭연맹회 김태현 회장은 “우리 희귀 중증질환자들은 이미 의학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아 시한부로 사는 인생”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김 회장은 “중증,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 결과로 골든타임을 놓쳐 많은 환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환자, 정부, 국민을 무시하고 소수의 기득권과 그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와 국민을 혼란 속에 빠트리는 의사 집단을 더 이상 용서해서는 안 된다. 엄중한 법의 잣대로 심판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17일 집단 휴진을 선언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18일 개원의 전면 휴진을 예고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등이 속한 고려대의대 비대위도 18일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연대세 의과대학교수 비대위도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나서겠다고 12일 밝혔다. 전국 40개 의대교수협의회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의협의 전면 휴진 등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우리 환자단체들은 중증질환자 피해 사례가 아니라 중증질환자 사망 사례를 접수받을 처지에 놓였다. 중증질환자들이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에서 연명해 가던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며 “정부 조치에 분기탱천하는 시선을 거두고, 먼저 환자들과 국민과 눈 맞추고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계를 향해 “전면 휴진, 총파업 등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 환자단체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전공의 사직과 관련해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의대 입학정원 증대 논의가 필수·공공의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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