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7번째 시즌을 맞는 뮤지컬 ‘시카고’가 2024년 6월 7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누적 공연 1,500회, 누적 관객 154만 명에 이르는 뮤지컬 ‘시카고’의 국내 프로덕션의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4 뮤지컬 ‘시카고’는 29명의 배우, 15인조 라이브 빅밴드, 17년간 작품을 이끌어 온 스태프가 함께한다. 또한 2021년 무대에 오른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박건형, 최재림, 김영주, 김경선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 정선아와 17명의 앙상블 배우가 믿고 보는 무대를 선사한다.
뮤지컬 ‘시카고’만의 ‘화법’으로 가득한 무대
새로운 시즌 역시 완벽한 쇼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풍자적인 노래와 무대예술 요소가 결합하여 발전한 연극 장르인 ‘보드빌’ 무대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15인조 라이브 빅밴드가 무대 아래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피트석(OP석)이 아닌 무대 정중앙에 등장한다. 트럼펫, 튜바 등의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재즈 선율은, 이 작품의 배경인 1920년대 미국 시카고 클럽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이 빅밴드는 뮤지컬 넘버를 연주하는 연주자일 뿐만 아니라 화려한 쇼 드라마의 등장인물 역할까지 해낸다. 중간중간 지휘자는 관객에게 장면을 설명하기도 하고, 배우들과 대화와 시선을 주고받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2024뮤지컬시카고 연습실 공개_All I Care About_최재림(빌리 플린) ⓒ신시컴퍼니
쇼는 작품의 메인 테마인 “All That Jazz”로 시작된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벨마와 근육질 몸매의 남자 배우들이 펼치는 춤은 무대 전면의 사각 틀 속에서 완벽한 쇼의 오프닝을 보여준다. 이같은 배우들의 춤은 섹시하지만 절도 있고 섬세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All That Jazz’, ‘Hot Honey Rag’, ‘Roxie’ 등 뮤지컬 ‘시카고’를 대표하는 곡을 포함한 22곡의 넘버들은 쇼를 드라마틱하게 완성시킨다.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창작팀,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국내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무대는 첨언할 것 없이 완벽하다.
세 시간의 공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이같은 춤과 넘버에만 있지 않다. 범죄와 폭력, 욕망이 뒤엉켜 무법천지와 같았던 1920년대 시카고를 통해 보여주는 시대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벨마의 대사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당시 현실을 풍자한 설정들은 코믹하지만 직설적이다. 사회고발과 쇼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가 주는 긴장감은 이 작품의 주된 관람 요소가 된다.
사회 풍자로 가득한 쇼,쇼,쇼
1902년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에는 각종 범죄와 살인을 저지르고 들어온 여자 죄수들이 가득하다. 이곳에 주인공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있다. 벨마는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이들을 총으로 살해한다. 록시는 자신의 정부 ‘프레드 케이슬리’가 이별 통보를 해오자 화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한다. 이 교도소에는 죄수들의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챙기는 여자 간수 ‘마마 모튼’도 있다.
벨마는 마마의 도움을 받아 언론 최대의 관심을 받게 되고 감옥의 스타가 된다. 하지만 돈 되는 흥밋거리 기사만 쫓는 언론의 관심은 록시에게 향하고, 록시는 돈만 있으면 살인자도 무죄로 만드는 변호사 ‘빌리 플린’의 변호까지 받게 된다. 빌리는 언론을 이용해 록시를 스타로 만들고 록시는 살인이란 죄보다 스타가 되었다는 현실에 흥분한다.
2024뮤지컬시카고 연습실 공개_All That Jazz_최정원(벨마 켈리) ⓒ신시컴퍼니
자신의 변호사도 잃고 스타의 자리도 빼앗긴 벨마와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언론의 관심과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도하는 록시.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미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의 결말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벨마와 록시는 꿈꾸던 무대에 서게 된다.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 그리고 이들은 세상을 조롱하듯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무죄가 된 것은 아직 세상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감각적인 춤과 귀에 꽂히는 곡들을 관객들의 오감을 잡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부패한 사법제도, 돈벌이와 흥밋거리에 매몰된 언론, 돈이면 무엇이건 가능한 도덕성의 타락, 살인과 폭력, 술과 총, 무법천지가 된 세상이 보여주는 과거는 섬뜩할 정도로 현재를 닮아있다. 뮤지컬 ‘시카고’가 너무나 강렬한 것은 현실을 무대 위에서 마주하게 되는 매 순간 때문이다. 뮤지컬 ‘시카고’는 9월 29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시카고’
공연날짜 : 2024년 6월 7일(금) ~ 9월 29일(일) 공연장소 :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공연시간 : 평일 19시 30분/토, 일, 공휴일 14시, 18시 30분/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 : 145분 관람연령 : 중학생 이상 관람가 (고등학생 이상 권장) 오리지널 창작진 음악-존 칸더 (John Kander)/극본, 작사-프레드 엡 (Fred Ebb)/극본, 안무-밥 파시 (Bob Fosse)/오리지널 뉴욕 프로덕션 재창작 연출-타냐 나디니 (Tania Nardini)/오리지널 뉴욕 프로덕션 재창작 안무-게리 크리스트 (Gary Chryst)/음악 수퍼바이저-롭 바우맨 (Rob Bowman) 국내 협력 연출-김태훈/국내 협력 안무-노지현, 김준태/국내 협력 음악감독-오민영 출연진 : 최정원, 윤공주, 정선아,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박건형, 최재림, 김영주, 김경선, 차정현, S. J. Kim, 최성대, 신동아, 강동주, 유철호, 계채영, 곽대성, 이승일, 하유진, 이희중, 김주현, 전성혜, 권오경, 김양희, 김영은, 전진, 이현지, 장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