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아졌다는데...‘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

고물가·고금리 영향...전문가들 “내수 회복세 안 보여”

자료사진 ⓒ뉴시스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만큼 내수 부진 상황도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수출액 증가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경제동향 6월호'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액은 58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품목이 전년 대비 40% 이상 수출액이 증가하면서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한 53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들면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49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생산 지표도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월 전(全)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산업에서 전월(0.1%)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4월 광공업 생산은 조업일수가 0.5일 증가하며 6.1% 상승했다. 자동차 생산이 전월(-9.2%)보다 반등한 3.4% 증가했으며, 반도체 생산 역시 22.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은 반도체(18.6%)와 전자부품(13.0%)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으며,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월(71.4%) 대비 2.1%p(포인트) 증가한 73.5%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제조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1.1%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다. 이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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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내수 부진 장기화..."정부, 긴축 기조 버리고 내수 지원해야"


반면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상품소비 상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감소했다. 전월 -3.4%보다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여전히 감소세를 유지했다. 업태별로는 온라인 판매를 반영하는 무점포소매는 9.0%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백화점(-9.9%), 전문소매점(-6.4%), 대형마트(-6.0%)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판매는 부진한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상승한 생산 지표에서도 서비스소비와 밀접한 숙박 및 음식점업은 -2.4%, 교육서비스업도 -1.1% 생산이 줄면서 감소세를 지속했다.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자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DI는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4년 2분기)' 보고서에서 "올해까지는 수출-내수 간 경기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내수는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되거나,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더라도 회복 속도의 가속화가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물가와 고금리가 지목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5월 연속 2%대 후반을 기록하면서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면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고금리 현상도 지속되면서 가계에서 소비에 필요한 돈이 부족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2,301만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실질 PGDI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4%) 이후 처음이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세금,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가계가 소비 지출에 쓸 수 있는 금액으로,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비용도 늘었다. 가구 평균 이자비용은 지난 2021년 3분기 8만6,611원을 기록한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가구 평균 이자비용은 13만7598원으로, 11분기만에 50%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반도체 산업도 중기적으로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경쟁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고, 등락 사이클이 있는 산업"이라면서 "나머지 국내에는 제대로 된 생태계가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전체 위기가 될 수 있어 오히려 위기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세계적 조치와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영향이 적지 않을 텐데 그런 요인에 수출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되면 내수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반도체 특수가 유지된다면 모르지만 외부적 요인에 의해 특수가 중단된다면 내수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경제 성장세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소비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교수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만 지원할 게 아니라 내수 산업 지원해야 한다"면서 "서비스산업도 적정한 임금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면 소득이 늘고, 소비를 하면서 내수가 자립적인 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내수를 진작시켜야 하는데 정부는 계속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정부 부채 규모가 크지 않고, 가계부채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다소 부채 증가의 부담이 있더라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대안은 증세를 통해서 재정 정책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여유가 있으니까 좀 더 세금을 걷어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이런 식의 재정 정책의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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