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질’을 예방하자? 황당한 충남도의회의 조례 제정 추진 논란

전교조 충남지부 “정당한 갑질 신고를 을질로 치부하겠단 것, 관리자 갑질에 대한 교육이 더 시급한 때”

지난달 국민의힘 편삼범 충북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충남교육청 갑질, 을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조례안' ⓒ충남도의회

충남도의회에서 갑질과 대비되는 ‘을질’도 예방하자는 내용의 조례 제정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는 정당한 업무지시나 요구 등을 거절하는 행위와 정당한 지시를 갑질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 주장하는 행위를 ‘을질’로 정의하는데, 교육현장에서는 “갑질 면책 조항”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남지부는 문제의 조례안이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충남교육청과 충남도의회는 이른바 ‘을질’ 조례안 제정 행태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국민의힘 편삼범 충남도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도 발의에 동참한 ‘충남도교육청 갑질, 을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조례안’은 오랜 기간 교육현장에서 논란이 된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을질’로 규정한 행위를 예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는 ‘을질’에  대해 ▲정당한 업무지시나 요구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행위 ▲정당한 지시를 하는 교직원을 갑질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행위를 한 이들에 대해 징계나 근무지 변경 등의 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정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기준이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이미 관련 법과 규정에서도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이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할 경우에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굳이 ‘을질’을 예방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교사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사실상 충남교육청 차원에서 의원 발의 형태로 문제의 조례를 강행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을질’ 내용을 포함한 근절계획을 마련했고, 조례안이 발의되기 전인 4월에는 직종별 간담회에서 조례안 추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자리에 참여한 11개 노동조합은 갑질 근절계획에 을질 내용을 포함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조례 제정 추진이 강행됐다는 게 전교조 충남지부의 설명이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충남교육청은 을질 때문에 갑질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목한다”며 “하지만 국가공무원법에 의하면 공무원에게는 ‘성실 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이 있다. 정당한 업무지시에 불응하는 공무원은 그에 따른 조치를 하면 된다. 그러한 행정조치를 해야 하는 도 교육처과 학교의 관리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 현장의 갈등에 따른 조정을 도 교육청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학교 일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갈등 조정은 학교장 재량이라 뒤로 숨고, 정당한 갑질 신고는 을질로 치부하겠다는 도 교육청의 비겁한 처사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여전히 학교에서는 관리자의 비민주적 운영과 관리자의 학교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부당한 업무지시 및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는 비인격적 대우 등 갑질에 해당하는 사례는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시정조치는 미비한 상황인데 불합리한 업무지시에 대한 정당한 갑질 신고를 을질로 치부해 버린다면 교사가 교육활동에 매진하기는커녕 교사로서 가지고 있는 소신마저 내팽개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문제의 조례안은 학교 현장의 갈등,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기며 학교가 민주적 운영을 통한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기보다 일방적 지시에 따라 시키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비민주적인 학교의 모습을 탈바꿈할 위험성을 대단히 많이 가지고 있다”며 “해당 조례를 제정하기보다 학교 내 민주적 운영을 위한 실제적 방안 마련과 갑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연수, 관리자의 올바른 책무성 연수 등의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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