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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석유공사가 발표할 사안을 왜 윤석열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석유 탐사와 관련한 국정브리핑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석유공사 사장 정도가 발표할 사안이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할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백번 양보해도 대통령이 발표하려면 시추 결과 정도는 나온 이후에 했어야 했다.

지난 6월 3일 수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브리핑을 두고 하는 얘기이다.

한국석유공사가 보도자료 배포했던 ‘방어구조’


동해에서 석유ㆍ가스를 찾기 위한 시추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시추는 2021년에 있었던 ‘방어구조’에 대한 시추이다. 여기서 ‘방어’는 사람들이 횟감으로 좋아하는 그 ‘방어’를 의미한다. 기름진 방어처럼 많은 석유자원을 품고 있길 바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었다고 한다.

‘방어구조’에 대한 시추 위치 선정은 2020년 5월 25일 한국석유공사 본부장 전결로 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국석유공사는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서 시추에 들어간다. 시추를 시작한 후에 한국석유공사는 보도자료를 낸다. 2021년 6월 30일의 일이다.

한국석유공사 보도자료 ⓒ하승수 제공

그러나 방어구조에 대한 시추는 두 달도 안 되어서 중단됐다. 해저에서 내부 압력이 과도하게 높은 지층이 발견되면서 안전문제로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방어구조에 대해서 더 이상의 시추 시도는 없었다. 이처럼 유망구조라고 하더라도 성공확률은 전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대왕고래는 2023년 10월경부터 시추추진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에서 검색해 보면, 대왕고래에 대한 시추는 2023년 10월경부터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31일 “국내 동해 8/6-1광구 북부지역 시추기본계획(안)”이 마련되고, 12월 20일 투자리스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그리고 2024년 1월 9일자로 “국내 동해 제 8/6-1광구 대왕고래 구조 탐사정 시추 위치 선정”이라는 문건에 대한 내부결재가 이뤄졌다. 시추 위치는 ACT GEO사가 제안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석유공사 내부 결제 자료 ⓒ하승수 제공

그러니까 6월 3일 대통령 발표는 이미 시추계획이 수립되고 시추 위치 선정까지 이뤄진 다음에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발표 이전에 시추를 위한 여러 용역(방사선업무 대행 용역, 해저지형 조사 기술자문 계약, 시추 총감독 용역, 케이싱 설치용역, 헬리콥터 운영 용역, 보급선 용선 용역 등)이 체결되거나 추진되고 있었다.

물론 대통령이 이렇게 시추계획이 진행되는 것을 최근에 인지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방어구조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추의 불확실성은 매우 크다. 그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발표할 만큼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을까? 방어구조 시추 때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시추 시작 시점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려면 좀더 확실해진 다음에 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이미 추진되고 있던 시추를 6월 3일에 승인?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발표내용에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6월 3일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보면, “저는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계획은 2023년 10월에 수립되었고, 2024년 1월에는 탐사시추 위치까지 승인되어서 관련 용역들도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한국석유공사 내부의 결재를 통해서 진행되던 사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6월 3일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에 탐사 시추계획을 승인했다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이다.

그 외에도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Act-Geo社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습니다”라고 발표했는데, ACT-GEO사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ACT-GEO사에 맡겼다는 용역의 제목도 “심층분석”같은 제목이 아니라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대통령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보고를 받았길래, 6월 3일로 발표시점을 정하고 발표내용을 결정했는지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6월 9일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왕고래 구조 시추계획과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주고받은 문서목록(수신 또는 발신한 일자, 문서제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언제부터 어떤 내용으로 대통령실과 의사소통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가뜩이나 ‘비선’, ‘밀실’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해 왔던 윤석열 정권이다. 또 다른 의혹들이 양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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