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공인들 “쿠팡 ‘갑질’, 기존 법으론 못 따라가...플랫폼법 필요”

민주당 정무위원, ‘플랫폼 경쟁촉진 및 공정화 입법 간담회’ 진행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플랫폼 시장 경쟁촉진 및 거래공정화 입법 요구 민생단체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남근 의원실

쿠팡의 '순위 조작'을 통한 PB(자체브랜드) 부당 우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등 제재에 나선 가운데, 중소상공인들이 기존 법체계로는 플랫폼의 '갑질'을 규제하기에 부족하다며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 공정화법' 등의 입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와 함께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플랫폼 시장 경쟁촉진 및 거래공정화 입법 요구 민생단체 간담회'를 열고 중소상공인들로부터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상공인 단체들은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들로는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용역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하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에 대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후기·별점을 작성하는 등 방식으로 자사 PB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시켜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저질렀다며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은 쿠팡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환영하면서도, 이미 중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일어난 후 진행된 사후 제재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쿠팡의 'PB 우대' 의혹을 지난 2022년 3월 공정위에 신고한 후 공정위의 제재 결정이 나오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오프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한 기존 법으로는 판매자·중개업자·유통업자 등 여러 역할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위를 규정하기 쉽지 않고, 위반 행위의 근거가 되는 알고리즘 조작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해 규제 대상을 사전에 지정하는 등 내용을 담은 플랫폼 경쟁촉진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 "현재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직매입 판매를 하는 쿠팡을 규제할 수는 있지만, 이번에 공정위 제재는 소비자에 대한 기망 행위로 징계받았다"면서 "대규모유통업법이 만들어졌을 때 태생은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위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 정책실장은 "공정거래법은 대리점, 가맹점, 하도급 등 특정분야에 대해 특별법을 만들어 해당 분야 대한 것을 전반 규제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모니터의 시각적 한계를 이용한 광고 노출 기준, 플랫폼만 사용자 정보를 활용하는 비균형은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건 별도 법으로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변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맞춰 입점업체들이 단체협상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 정책실장은 "입접업체가 단체 협상으로 이의 제기할 수 있도록하고, 정부 당국이 조사하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얹으면 분야가 확장되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따라가기 위해서 플랫폼 규제 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 사무총장은 "쿠팡이 초기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작해서 이용사업자(입점업체)들이 모은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해 판매상품도 늘리고 있다"면서 "쿠팡은 현재 서점 업계 4위를 달성하고, 올해 서적 매출 6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서점 업계 1, 2위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쿠팡이츠를 유통하면서 신선식품을 배달업체에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식자재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했으나 동반성장위원회는 온라인에 대한 적합업종 신청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라며 "쿠팡은 적합업종을 피하기 위해 식자재를 포함한 모든 물품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으로 아예 크게 확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은 전자제품, 운동기구, 타이어 설치까지 하고 있다. 단순 제화뿐 아니라 용역까지 전 부문의 시장을 침탈하고 있는 것"이라며 "쿠팡처럼 모든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규제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쿠팡에 대한 공정위 제재에서도 미처 규제하지 못한 '갑질' 의혹은 남아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쿠팡의 직매입 유통 안에서도 차별이 있다. 쿠팡에 납품해 로켓배송하는 업체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CPLB(쿠팡의 PB 납품 자회사)는 최소 비용만 지불해 유리한 상태로 영업을 할 수 있다"면서 "납품 업체 상품을 배껴서 PB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법으로 제대로 규제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연대

"자율규제로는 한계...상생협의체 합의 하나도 안 지켜"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외에 서비스 등 다른 영역에서도 플랫폼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택시호출을 하는 업체는 많지만, 카카오T(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 호출앱 가입률 약 93%, 호출률은 95%"라면서 "(카카오T) 가맹택시는 전국에서 비율이 15%밖에 안 되는데 호출 시장을 95% 이상 장악해서 가맹택시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호출을 비가맹 택시에게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시장전략이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면서 자진해서 개선에 나섰으나, 택시 운송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해 말에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상생협의체를 만들어서 개선에 합의했으나, 지금 6월인데도 한가지도 이행이 안 됐다"면서 "(업체는) 자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경쟁이 불가능한 시장 구조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 개선과 플랫폼 공정화법 등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앱이나 모바일상품권에 대한 불공정 문제도 제기됐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모바일상품권 시장의 문제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고 가격결정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라며 "청년피자나 반올림 등 영세한 브렌드는 수수료가 12%인 반면, 대기업인 스타벅스의 수수료는 5%로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영세 브랜드에서 받는 고액 수수료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배달앱 시장은 쿠팡이츠라는 후발주자가 들어오면서 무료배달 앞세우면서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가게에서 배달비를 경영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데 지금 무료배달 요금제에서는 2,900원이나 3,300원으로 고정됐다. 무료배달의 판촉 비용을 소상공인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플랫폼 갑질을 자율규제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박 정책위원장은 "지난 2021년에 배달의민족과 상생협약을 했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안 되고 형식적 답만 오갔다"면서 "쿠팡도 리뷰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 만나고 안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소비자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플랫폼법에 플랫폼의 책임성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을과 을의 갈등만 커질 것"이라며 "배달 플랫폼에서는 배달이 늦어지면 라이더와 소상공인이 싸운다. 주문한 사람은 플랫폼이지만 책임을 안 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의 책임성을 담지 않으면 피해 근절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중개업자로서 책임을 입점업체 등에 떠넘기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유럽과 달리 국내는 이용자한테 고지도 없이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이를 통한 상업적 광고도 문제지만 정치광고로도 활용될 수 있다"면서 "불법적인 개인정보 처리를 규제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민감 정보를 사용한 맞춤형 광고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대 국회에서는 21대에서 논의된 플랫폼법보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의 서치원 변호사는 "플랫폼 공정화법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것보다 규제대상을 넓게 가져가면서 규제 내용은 강한 것과 차별을 두고,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을 두는 등 빠진 것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21대보다 소수 독과점 업체에 대한 강한 규제로 실효성있는 규제를 하고. 이해충돌의 경우에는 매각조치까지 따라오게 하는 등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현장의 문제 의식을 인지했고, (플랫폼법에 대한) 성과를 빨리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과제에 대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정무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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