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장사치들이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인권단체들을 ‘인권장사치’라고 폄하하는 말을 한 사람은 경찰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 무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상임위원인 김용원 씨다. 인권위원은 인권과 가장 가까워야 하고 인권단체와의 소통을 중요시해야 하는데, ‘인권장사치’라고 폄하하고 모욕하다니, 많은 사람이 놀랄 만하다. 그러나 그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위원의 막말은 6월 13일 열린 상임위원회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해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14조에 있듯이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제대로 된 인권위원이라면 회의의 투명성은 위원들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에서도 투명성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 및 상임위를 비공개로 운영하며 권력기관 감시 역할을 방기하였고, 인권위가 인권침해와 차별을 예방하며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결정 및 업무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때보다 비공개회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공개회의는 40%에 육박한다.
이번 사건은 단지 인권위의 체질 변화가 덜 된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 김 위원이 기자들과 인권단체가 방청하는 것을 꺼린 이유는 회의에서 하는 막말과 허황된 논리가 세상에 알려질까 우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방청 공개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때문이다. 김 위원은 상임위원일 뿐아니라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채상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국방부의 압력 건을 긴급구제를 받았으나 회의를 자의적으로 기각시킨 바 있다. 최근 채상병 특검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다 보니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폭력 피해유족을 수사의뢰하고 인권위 조사관을 협박하는 인권위원
이뿐만이 아니다. 김용원 씨는 피해유족을 고소하고 인권위 조사관을 협박하고 괴롭히기도 했다. 2014년 윤승주 일병이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통칭 ‘윤 일병 사건’의 유족들이 군 검찰의 사인조작을 재조사해달라고 진정했는데 이를 각하해서 이에 항의하며 송두환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건물 복도에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몇 시간 머물러 있었다고 유족들과 인권활동가 10명을 특수감금죄·공무집행방해죄·특수건조물침입죄 등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김위원 방문을 두드리며 항의하긴 했으나 ‘감금’이나 ‘침입’은 없었다. 윤일병 사건은 김위원이 맡고 있는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만든 사건인데, 이렇게 군인권보호관이 유족들을 수사 의뢰하다니 참담하다.
더구나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인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관련 혐오세력의 방해시위에 대한 진정사건을 일방적으로 기각시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다룬 해당 조사관을 징계하라며 4개월 동안 인권침해구제소위를 열지 않았다.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조사관의 독립성 훼손이다. 최근에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결정이 나서 공개한 채상병 및 박정훈 대령 사건 조사보고서 공개에 대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배후를 색출해야 한다며 조사관들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해당 직원을 불러 본인이 요구하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직장내 괴롭힘이다.
경력 은폐로 인권위원이 되다, 인선과 검증절차의 부족
김 위원이 검찰 출신이라 막말을 한다고 하기에는 반인권적인 언행의 수위가 높다. 국가기관의 공식회의임에도 회의에서 고성을 지르고 회의 참가자에게 막말을 한다. 위원장과 사무처 직원들에게 “버르장머리가 없다”느니 “얼빠진 소리” “'법률을 모르면서 말하지 말라: 는 등 회의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중도 안 보였다. 심지어 전원위원회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회의 전 발언으로 1~2시간을 황당한 논쟁으로 허비하게 만든다. 그렇다 보니 한번 방청을 가는 사람들은 기자건 인권활동가이건 간에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다. 고위공무직으로서 지켜야 할 태도조차 갖추지 못한 자가 인권위원이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허점은 인권위원 인선절차에 있었다. 그는 작년 2월 대통령 지명으로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는데 인권위 산하에 만들어진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됐다. 즉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명은 아니었다, 심지어 후보추천위는 그가 1987년 최대 부랑아 수용시설 형제복지원 울주작업장을 수사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단지 인권의식이 없을 뿐 아니라 폭행 전력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검사옷을 벗게 된 이유는 1990년 1월 10일 부산 룸카페에서 다른 검사들과 술을 마시다 변태영업 단속을 나온 경찰관을 폭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극단적인 폭력성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2000년 총선을 준비하던 그는 1999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한일어업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라며 할복을 권유하는 편지와 함께 65㎝짜리 일본도를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을 벌였지만, 기간이 짧고 조사 권한이 없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거르기는 어려웠다. 특히 그는 다른 누군가의 추천으로 후보에 오른 것이 아니라 자천한 사람이고, 자신의 경력에 이러한 일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실과 법무부에서는 신원 검증을 했을 텐데 이를 몰랐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인선 과정에서 못 걸러지더라도 국회 청문회 등이 있었다면 검증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었을 것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에서는 상임위원의 역할이 큰 만큼 위원장만이 아니라 상임위원까지는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법 개정을 해서 위원장만이 아니라 상임위원에 대한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인권위 법 개정을 해야 한다.
9월이면 현 송두환 위원장이 임기가 끝난다. 그런데 함께 막말과 소수자혐오발언을 일삼는 이충상 위원이 위원장이 되겠다고 의사표시를 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성소후자 혐오와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모욕한 이충상 상임위원이 위원장이 될 수 있다. 이충상 위원은 이전부터 자신이 위원장이 될 것이니 조사관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사할 것을 종용하는 등 조사관을 괴롭혔다. 또한 그는 기저귀 게이 발언으로 성소수자를 모욕했다. 이충상 위원도 김용원 위원이 윤일병 유족을 수사의뢰서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혐오 발언 일삼는 이충상 위원이 인권위원장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독립적인 인권위원회 후보추천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더 이상 반인권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이 되지 못하게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끝으로 김용원 인권위원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공직자로서의 자질도 없는 김용원 씨, 이제라도 사퇴하면 인권에 기여하는 일 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