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더 강력해진 노란봉투법, 민주당 당론 채택 바란다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다시 야6당 87명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 이번 법안은 기존 내용에 더해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해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의 ‘노조할 권리’를 더 넓게 보장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노동자 개인에게 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기존 ‘노란봉투법’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기존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원청사용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임금 등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에게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고 교섭 의무를 지우는 내용과 노조 활동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발생한 손해 배상 책임을 정할 때 개인별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따지도록 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번 발의된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노동자 범위에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는 노동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노동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규정은 삭제했다.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등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이용우 의원은 “고용형태의 다변화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최근 노동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제다.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해도 이들이 노조에 가입했거나 노조를 조직한 경우 사용자들이 노조에 ‘노동자가 아닌 자가 가입돼 있어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개정안은 파업 대상으로 정리해고와 사업재편 등을 명시해 합법파업의 범위를 넓혔고, 손해 배상 청구 제한의 범위도 넓혔다. 노조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나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로 발생한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자 개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과도한 손배 폭탄’을 막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부당한 손배 폭탄’까지 막는 내용으로 더욱 정교해졌다.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신장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 3명이 공동대표로 발의했고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 등 5당 의원 전원과 민주당 의원 69명 등 87명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8일 공동발의 기자회견에는 대표발의한 의원들과 함께 양대노총 위원장들과 14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함께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지난 총선부터 22대 국회에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추진하면서 아직 노란봉투법을 당론 채택하지 않은 상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거부권이 행사된 노란봉투법보다 노동권 강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많아 아직 당론 채택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에 진심이라면 소속 의원 다수가 발의했고 협력할 야당 의원 전원과 노동계가 힘을 모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조속히 당론 채택 논의를 마무리 짓고 법안 상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배달라이더, 웹툰 작가 등을 거론하며 ‘미조직 노동자’ 등 노동약자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법안은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어 권리를 주장하고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당시 발언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번에 발의된 법안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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