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초 ‘소녀상’ 건립, 지중해 바라보며 ‘평화’ 염원

이탈리아 스틴티노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이탈리아에 최초로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식을 갖고 공개됐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현지시간 22일 오전 11시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 시에서 제막식과 함께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평화의 소녀상은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이후 두 번째 공공부지 설치이자,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도서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이후 14번째 해외 소녀상이다.

현지를 방문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제막식 전 스틴티노 시청을 방문해 리타 림바니아 발레벨라(발레벨라) 시장과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서 일본군성노예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며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공통의 가치를 확인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소녀상이 전 세계 여성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성폭력의 원인을 상기한다면서 비문 수정이나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정의연을 전했다. 지난 5월부터 이탈리아 주재 일본 대사관은 이탈리아 외교부에 ‘건립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스틴티노 시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소녀상 건립을 방해했다.
 
제막식은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아 22일 스틴티노 콜롬보 해변 소녀상 앞에서 거행됐다. 현지 정치인과 지역기구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 샤르데냐 섬은 물론 이탈리아 본토에서 건너온 시민과 내외신 기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발레벨라 시장과 지역의 다른 시장들, 이나영 이사장 등의 축사와 현지 합창단의 아리랑 공연이 진행됐다.

이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반영”하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더 기반 폭력에 맞서는 투쟁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전시성폭력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오늘날에도 발생하는 문제”이자 “평화에 반대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함으로써 비극적인 전쟁의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의 고통의 외침에 연대하게 되었’다고도 지적했다.

공개된 평화의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은 리타 림바니아 발레벨라(Rita Limbania Vallebella) 시장 ⓒ정의기억연대

이번 소녀상 건립에는 교사로 은퇴한 로사마리아 카이아자 씨의 역할이 컸다고 정의연은 전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 세계에 확산시키고자 한 카이아자 씨는 스틴티노 시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인권변호사 출신이자 오랜 친구인 발레벨라 시장을 설득해 소녀상 건립 기반을 쌓아 왔다. 카이아자 씨는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의 모임인 웹 매거진 코탈리아(Kotalia)의 편집자를 역임했고, 이탈리아 여성예술전문직 비즈니스 연맹에서 활동한 바 있다.

소녀상이 건립된 스틴티노 시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사르데냐 섬에 있으며, 전 유럽과 미국에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아름다운 도시다. 고급 휴양지뿐 아니라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존재했던 누라게 문명 유적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설치 장소는 시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콜롬보 해변 등대 근처로 관광객과 세계적 명사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소녀상은 지중해를 바라보며 반인도적 범죄행위의 잔혹함을 알리고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세계시민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조형물이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기림비와 평화비가 국내 148개, 해외 총 32개(철거 및 전시 후 미설치된 6개 제외, 스틴티노 시 포함)가 세워져 있다. 정의연은 독일 베를린 소녀상을 비롯해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을 주도적으로 건립해 왔으며, 이번 이탈리아 평화의 소녀상 제작과 운송 등 관련 비용 일체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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