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녹색전환을 한다고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책무와 범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기업의 생산활동으로 인한 산업 배출량이다.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라는 규제시장을 통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으나 그 효과가 미미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후 공시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며 기업이 공시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분분하다. 필자는 기업이 왜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할 책무가 있는지, 그 범주는 어디까지 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기업은 왜 사업활동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을 공개하고 관리해야 하는가? 탄소비용이 증가하는 외부환경에 적응하며 잠재적인 비용을 절감하거나 더 나아가 사업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가? 탄소중립에 대해 투자자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인가? 이는 기업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할 유인일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인 유인뿐이라면, 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그렇다면 이를 넘어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공개하고 관리할 책무가 있는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관리할 기업의 책무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으로, 가장 먼저 유의미한 결과로 주목받은 사건(Milieudefensie et al. v. Royal Dutch Shell plc.)은 로얄더치쉘의 온실가스 감축 책임에 관한 건이었다. 2021년 1심 재판부는 피고 석유회사 로얄더치쉘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기준 대비 45%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전세계 최초로 개별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강화하여 수립하고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의 항소심이 지난 4월 시작되면서, 기업의 감축 책임에 대한 공방이 재개되었다.

네덜란드 민법은 불문법에 의해 적절한 사회적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위반하는 것 또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회적 행위는 국제인권규범과 다국적기업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 UN 기업 인권 이행 지침 등 연성규범의 준수가 포함된다. 이에 따르면, 인권에 심각하고 비가역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잠재적 기후변화 위험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할 책무가 도출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네덜란드를 포함한 대부분 개별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초과하는 로열더치셸은 국가 차원의 능력 및 의지와 별도로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독자적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즉, 사업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의 가속화에 기여하는 개별 기업이 실질적으로 이를 완화할 정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법원은 IPCC 보고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파리협약을 기초로 탄소배출이 2030년까지 45% 감축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합의임을 확인하며, 이러한 합의가 당사국뿐 아니라, 기업과 같은 비국가 행위자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더 나아가 기업이 Scope 3 배출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진다고 밝히고 있다.

Scope 3의 의미와 관리 필요성

1994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고, 교토의정서는 관리해야 할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으로 정의했다. 2015년 파리 협정 당사국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협약했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들은 전체 배출량과 제거량을 자세히 설명하는 국가 인벤토리를 작성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수행해야 한다. 국가들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보다 정확한 수준으로 산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감축해야 한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하고 보고하기 위해 1998년 GHG 프로토콜(Greenhouse Gas) 이니셔티브가 발족했다. 여기서 개발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회계, 보고에 관한 기준은 기업의 배출량을 3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먼저, 사업자가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배출원으로부터 나오는 배출로 고정ᄋ이동 연소시설 등 연료의 직접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하는 Scope 1이 있다. Scope 2는 사업자의 활동 결과로 발생하였으나 다른 기관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배출원으로부터 나오는 배출로 사업장에 필요한 전기, 스팀 등을 사용할 때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Scope 3는 Scope 2의 간접 배출원을 제외한 그 밖의 간접 배출원으로, 사업장 경계 밖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은 GHG 프로토콜이 제시하는 이러한 범주화를 온실가스 보고 표준의 벤치마크로 간주하고 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범주 ⓒ필자 제공

Scope 3는 제품의 생산 완료 시점까지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구매, 원자재 운송과 유통, 폐기물 처리, 임직원 출퇴근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하는 업스트림(8개 카테고리)과 제품 유통‧사용‧폐기까지 과정으로, 판매된 제품의 사용과 폐기, 프랜차이즈 사업, 금융투자 등에서 일어나는 탄소발생량을 포함하는 개념인 다운스트림(7개 카테고리)으로 구성된다. Scope 3에는 사업장 경계 밖에서 발생하더라도 비교적 통제가 가능한 임직원의 츨퇴근, 폐기물 처리 등의 카테코리가 있다. 그러나 공급망에 있는 협력회사들이 통제, 관리하는 구매 상품 및 서비스, 원자재의 연료 및 에너지 관련 활동, 제품 및 서비스의 운송유통 판매제품의 운송유통, 가공 등의 카테고리의 경우 산정과 통제가 비교적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Scope3 카테고리별 온실가스 배출량 범주 ⓒ필자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온실가스 관리 범위를 어디까지 책임을 지우고 있을까? 온실가스 관리에 관한 국내 정책인 목표관리제와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는 Scope 1, 2 배출량의 의무적 MRV(측정ᄋ보고ᄋ검증)를 요구하지만, Scope 3는 자발적 영역으로 두고 있다. 2024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한국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CDP에 참여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산정하는 기업들을 기준으로 Scope 3의 배출량은 Scope 1과 2를 합친 것보다 평균적으로 6배 이상이다. 다른 분석에서도 Scope 3의 탄소배출량 비중은 70~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으로 대표적인 전자제품 제조사인 애플의 경우 Scope 1, 2의 배출량 비중은 전체 배출량의 4.6%에 불과하고, 나머지 95.4%는 Scope 3 영역이다. 애플이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사업활동을 하면서 Scope 1, 2의 감축만을 이야기한다면 그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탄소중립을 논함에 있어서도 어불성설이다. 이에 유엔 또한 '탄소중립 서약'의 요건을 꼽으며, 기업 등 비국가단체는 Scope 1, 2, 3 전체에 걸쳐 IPCC 목표와 부합하는 탄소 배출 감축 관련 단기·중기·장기적 목표를 수립해야 하고, Scope 3 데이터가 누락된 경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추정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Scope 3 감축을 위한 협력회사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책무 범위를 Scope 3까지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Scope 3 감축하려면 공급망 협력회사들과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준비해야 한다. 국제 연성규범인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은 기업이 공급망에서의 인권 리스크를 예방할 책무가 있음을 선언하며, 공급망 협력회사들과의 관계에서의 ‘인게이지먼트’를 강조한다.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굳게 맺어짐’으로, 이는 일회성 개입이 아닌 어느 정도의 기간을 전제하며, 그 기간 상호 관계를 맺고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Scope 3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공급망 협력회사에게 배출량 데이터 등을 요청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상호 간에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협력업체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메커니즘, 채널, 감축을 위한 시기, 타임라인, 기대치를 설정하고 목표 추적과 공급업체 온실가스 프로그램 성숙도를 가시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급업체 참여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 국내 법제는 기업에 Scope 3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로얄더치쉘 기후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점점 진화해가는 기후소송에서의 논거, 우리도 채택 또는 적용받고 있는 국제조약과 연성규범,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립한 탄소중립 선언 등을 근거로 Scope 3 배출량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을 자발적인 영역으로만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을 중심으로 Scope 3 감축을 위한 협력회사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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