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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대중음악의견가의 바람

음악 작업하는 뮤지션 (자료사진) ⓒpixabay

사람들이 음악을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 음악 듣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물론 음악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없다. 다들 음악을 좋아한다 말한다. 실제로 날마다 유튜브에서 음악을 찾아 듣고, TV 음악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마이크를 주기만 해도 애창곡을 줄기차게 불러댈 것이다. 분명 한국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을 사랑한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음악을 찾아듣고, 음악에 돈과 시간과 마음을 쏟는 이들은 드물다.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듣던 음악을 평생 반복해서 듣는다. 당시의 히트곡, 그 때 꽂힌 곡이다. 나이가 많아지고, 책임이 무거워지면 음악을 듣거나 공연 보는 일과 멀어진다. 돈을 벌고,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기에도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TV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에 열광하거나, 젊은 날 좋아했던 음악을 유튜브로 찾아보는 정도로만 음악을 향유하는 게 고작이다. 젊었을 때는 음반 가게로 달려가던 이들도 일 년에 음반 한 장도 안 사는 일이 당연해진다.

어쩌겠는가. 삶은 음악보다 무거운 것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한국에서 살아남는 일은 때때로 음악조차 멀리해야 가능한 것을. 삶의 최우선 순위는 생존이고, 그 다음은 휴식이며, 예술체험은 그 다음이나 후순위 아닐까. 그러니 옛날 음악이라도 다시 찾아 들으면 다행이다. 멜론 차트를 기계적으로 찾아 듣는 정도의 노력도 소중하다.

음악 ⓒpixabay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억지를 부려보고 싶은 이유는 음악이 안겨주는 기쁨이 정말 크기 때문이다. 조동진의 음악을 들으면 평화로워지고,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음악을 들으면 들뜬다. 이문세의 노래를 들으면 순식간에 추억으로 돌아간다. 어떤 음악은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고, 어떤 음악은 우리를 춤추게 한다. 물론 그 역할을 음악만 해내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같은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는 달리기를 하면서 그런 기분에 휩싸일지 모른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니 음악으로 빨려 들어가는 깊이 또한 다르다. 어떤 이는 멀리서 바라만 보고, 어떤 이는 발만 적시고, 어떤 이는 아예 물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음악에 깊이 빠져 들어가 본 이들은 알 거다. 음악은 제각각이어서 어떤 음악은 고요하고, 어떤 음악은 짜릿하며, 어떤 음악은 경쾌하다는 사실을. 수많은 질감과 메시지와 아름다움을 내재한 음악 속에서 헤엄치다보면 음악에 젖어들고 충만해지는 일이 얼마나 다채로운 기쁨을 안겨주는지.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음악을 계속 듣는 일도 즐겁지만, 새로운 음악을 꾸준히 찾아 듣다 보면 들을 음악이 없다거나, 요즘 노래가 노래냐는 말은 절대 못한다. 국내에서만 하루에 5,000곡 가량 나오는 새 음악 중에 반드시 마음을 건드리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이따금 예상하지 못한 소리의 세계로 초대하는 음악이 있다. 음악의 세계는 날마다 커지고 새로워진다. 좋아했던 스타일과 장르를 이어나가고 더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음악가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놀랍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때로는 새로운 음악을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우물안개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23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음악을 모른다고 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기지는 않지만, 알고 나면 세상이 더 잘 보이고 날마다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늘어난다. 계속 음악을 듣고, 최근의 음악을 챙겨 듣다 보면 처음 음악에 빠져들던 순간과 지금의 음악이 얼마나 달라졌고,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차리게 된다. 세상의 변화를 음악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감각을 갖게 되면 고루해지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귀를 여는 사람의 몸은 나이 들어도 감각은 낡지 않는다. 음악은 감각의 방부제가 되기도 한다.

지금도 누군가는 음악을 위해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쏟고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소리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함께 즐거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고, 얼마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인간이 얼마나 지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자신이 얼마나 그 아름다움에 깊이 감응할 수 있는 존재인지 확인시켜 준다. 그냥 들어도 좋지만, 좋은 스피커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다른 소리, 더 풍성한 소리가 찾아온다. 라이브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서는 현장의 분위기를 호흡하며 오감으로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덕분에 추억이 늘어난다.

예전 스타일이라고 멸종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거나 되살아난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가 오래되었거나 새로운 스타일로 계속 근사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갑자기 튀어나온 것만 같은 현재의 음악을 마주하는 놀라움, 30년 전에도 좋았던 음악이 여전히 좋을 때 밀려드는 감동은 음악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그 순간의 기쁨과 행복을 혼자만 즐기기는 아깝다. 그래서 때로는 멱살 잡아끌고 와서라도 음악을 듣게 만들고 싶다. 이런 억지라도 부려보고 싶은 대중음악의견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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